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임현재씨 우승
5년전 교통사고… 지난해 연주 재개
“무대위가 즐거워, 해외협연 기대돼”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한 임현재 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연주를 시작하게 됐고 이렇게 큰 상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다시 무대에서 연주하고 상 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10일 오후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이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1위 입상자가 발표되자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동시에 터졌다. 휠체어에 탄 채로 시상대에 오른 임현재 씨(28·미국 커티스음악원)는 되레 담담한 미소로 “이 자리에 있기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떠오른다”며 “은사이신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 선생님을 비롯해 다시 음악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임 씨는 콩쿠르 경연 기간 내내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7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2020년 5월 팬데믹 여파로 모든 일상이 멈췄을 당시,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가족과 함께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2년간 병원에서 생활해야 했고, 4년 동안 연주를 하지 못했다.
바이올린을 다시 잡은 건 지난해 6월부터였다. 하지만 4개월 연습 뒤 참가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올 5월 열린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모두 준결선에 진출했다. “꿈을 꾸는 것처럼 얼떨떨했다”는 그가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선 1위를 차지했다.
“1차 예선 무대부터 이상하게 콩쿠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물론 긴장되고 중요한 경연이지만 모든 라운드가 다 그랬던 게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임 씨는 현재 “아직도 재활 훈련을 지속 중”이라고 한다. 그는 “바이올린 자체도 기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악기이지만, 음악적인 걸 떠나 앉아서 연주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며 “연주하기 좋은 자세를 여전히 찾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이미경 전 독일 뮌헨 국립음대 학장은 임 씨의 연주에 대해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 좋고, 생각하고 연주하는 음악가”라며 “연륜이 느껴지는 연주였고 많은 레퍼토리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장윤성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한 결선에서 임 씨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협연했다. 1위에겐 상금 5만 달러(약 7300만 원)와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발표회 초청 등 다양한 연주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내년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열리는 노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협연자로 초청되는 특전도 주어진다. 임 씨는 “그 무대까지 생각할 경황은 없었지만 무척 기대된다”면서 “프라하에 아직 가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는 릴리아 포치타리(28·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가 뽑혔다. 3위는 이예송(22·한스아이슬러 음대), 4위는 올렉시 티셴코(18·오스트리아 빈음대), 5위는 제이슨 문(26·미국 콜번스쿨), 6위는 윤해원(20·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심사위원들은 “미래에 함께 연주할 동료를 미리 만난 시간이었다”며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엔 김정훈 동아일보 출판편집인과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이 시상자로 참석했다.
“다양한 레퍼토리 인상적… 기술적 완성도 높아”
심사위원들 총평
“무대에 선 연주자들을 언제나 ‘함께(With them)’란 마음으로 지켜보며 그들의 음악에 동화되고 몰입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미경 전 독일 뮌헨 국립음대 학장(사진)은 “DVD 예비심사까지 포함해 다섯 라운드에 걸쳐 다양한 레퍼토리로 치열하게 경연하는 과정 자체가 뜻깊고 인상적이었다”며 “심사 과정이 너무 어려울 정도로 다들 재능을 보여줬다. 결과를 떠나 모두가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이 전 학장과 백주영 서울대 음대 교수, 마틴 비버 미국 콜번 음대 교수, 로널드 코프스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허웨이 중국 톈진 줄리아드 음악원 최고경영자(CEO) 겸 예술감독, 호리 마사후미 도호가쿠엔 음대 특별임용교수,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및 프랑스 뮤직알프페스티벌 예술감독, 딘 올딩 전 골드너 현악 사중주단 제1바이올린, 마르코 리치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교수, 울프 발린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 등 세계에서 활동해 온 국내외 저명 바이올리니스트 10명이 참여했다.
백 교수는 “준결선 뒤에 바로 리허설, 오케스트라와의 결선 협연 등이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과 장점을 충분히 펼쳐 보였다”고 평했다.
비버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완성도 높고 인상적인 연주들이 많았고, 다른 관점에서의 해석력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연주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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