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독재와 싸우던 젊은 날에는 벼랑 위를 걷는 것 같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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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인 양성우 회고록 펴내… 옥중서 혼인신고 등 일화 소개
“문화예술 지원은 차별없어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일침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내용의 책을 낸 양성우 시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내용의 책을 낸 양성우 시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세상을 바꾸는 싸움의 전사를 자처하며 좌충우돌 떠돌던 젊은 날에는, 그 하루하루가 마치 까마득히 높은 벼랑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항시인으로 잘 알려진 양성우 시인(74)이 군부독재와 싸우던 젊은 날의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담은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일송북·사진)를 펴냈다. 그는 1975년 자신의 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한 사건으로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그는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자랑거리는 없지만 독자와 다음 세대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했다.

책에는 양 시인이 조선대부속고 재학 중 4·19혁명 시위를 주도했던 일과 5·16군사정변 직후 교실에서 체포돼 퇴학당한 사연이 실려 있다. 또 전남대 시절의 문학운동과 민주화운동, 고은 신경림 시인과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구성한 일, 작고한 리영희 교수와 문익환 목사와의 만남과 투쟁, 옥중에서 아내와 혼인신고를 한 일 등 민주화운동 시기의 일화가 파노라마처럼 소개돼 있다.

“그 즈음의 서대문 감옥은 이미 반체제 민주인사들로 가득했다. 대표적으로 김지하 시인은… 인혁당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폭로하는 글을 동아일보에 게재함으로써 다시 구속된 이래 그때까지 5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 건너편 사동의 마주보이는 감방에 갇힌 리영희 교수, 그가 거기에 있어서 나는 든든했으며 덜 외로웠고 덜 심심했다. … 우리는 발을 구르고 플라스틱 식기로 철창을 긁어대면서 ‘유신헌법 철폐하라’ ‘긴급조치 해제하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양 시인은 장편 시 ‘노예수첩’을 1977년 일본 잡지 ‘세카이’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79년 가석방됐다. 그가 2012년 재심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한 옛 형법의 국가모독죄가 2015년 위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2009∼2012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양 시인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하늘이 이 풀 저 풀을 가리지 않고 비를 내려주고, 그 결과 숲이 우거지는 것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모두에게 이뤄져야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양성우#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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