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茶문화에 깃든 ‘배려의 미학’ 日에 전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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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協 교토지부 재일교포3세들… 주말마다 인천 찾아 茶대학원 수료
‘격식보다 손님 마음 편하게’… 전통다례 4월 현지서 시연

한국차문화협회 교토지부 회원들이 17일 한복을 입고 생활다례를 시연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회원을 모집해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국차문화협회 제공
한국차문화협회 교토지부 회원들이 17일 한복을 입고 생활다례를 시연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회원을 모집해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한국차문화협회 제공
“일본은 차(茶)를 대접할 때 격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한국은 손님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7일 오후 일본 교토(京都) 시 권업관(勸業館) 지하 1층 대회의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나이 지긋한 여성 12명이 정성껏 차를 우려내 손님들에게 깍듯이 대접했다. 조화미(64), 조명미(61), 배추자 씨(70) 등 재일교포 3세와 일본인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가 이날 개설한 교토지부를 이끌어갈 회원들이다.

조 씨 등은 2014년 8월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2000년부터 한국의 전통 차 예절을 배우기 위해 국내 여러 문화단체를 찾아다니다 협회가 보급하는 규방다례(閨房茶禮)를 체험하게 됐다. 규방다례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옛 사대부가(家) 여인들이 이웃과 친지를 초청해 차를 나눠 마실 때의 예절이다. 이들은 처음 경험한 규방다례에 흠뻑 빠져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협회가 운영하는 차문화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조 씨 등은 매주 토요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대학원에서 차 문화 수업을 수강한 뒤 일요일에 다시 교토로 되돌아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 대학원을 수료하고 전문사범(1급) 자격증을 땄다.

이날 교토지부 회원들은 그동안 한국에서 배운 공수법(拱手法·손을 마주 잡는 예법)과 절하기, 차내기, 입·퇴장 예절 등 생활다례를 시연해 보이며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교토지부장에 임명된 조화미 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회원들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한국의 전통 다례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28, 29일 교토에서 열리는 대규모 다회(茶會)에서 규방다례를 시연하는 등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일본에 알려 나갈 계획이다.

교토지부 개설 행사에 참석한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69)은 “한국의 선조들은 차를 대접할 때 차가 괜찮은지 반드시 자신이 먼저 맛을 보고 권했을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것을 예절로 여겼다”며 협회 간부들과 함께 규방다례와 선비다례를 소개했다.

1991년 창설된 한국차문화협회는 미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해외 4곳을 포함해 국내외 30개 지부에서 4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단체다. 지난해 작고한 최 이사장의 어머니 이귀례 씨가 2003년 사재를 털어 인천 남동구에 세운 규방다례보존회 교육관에서 시민들에게 차 예절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교토=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차#일본#다례#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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