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연기에 타협은 없어… 삭발 장면 망설이지 않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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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강하늘, 사랑-질투의 ‘인간 윤동주’ 덤덤히 그려


“평소 윤동주 시인의 팬이라 기쁜 마음에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한데 이후의 압박감이란…. 그분의 ‘서시’ 내용처럼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하늘에서 윤 시인을 뵈면 영화 이야기는 못하겠어요.(웃음)”

11일 만난 배우 강하늘(26)은 상대를 살갑게 대하며 즐겁게 해줬다. 가끔은 큭큭 숨넘어가게 웃으며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시인 윤동주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한없이 진지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 그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우리가 알던 ‘거장’ 윤동주는 영화 ‘동주’에서 시대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사랑과 질투에 빠진 청년 윤동주로 탄생된다. 예를 들어 그의 외사촌인 송몽규(박정민)는 라이벌이었다. 송몽규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1935년)되고 일본에서 윤동주보다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 송몽규를 질투하는 윤동주의 모습은 새롭다.

강하늘은 “그동안 시만 보고 윤동주를 너무 우상으로 만들었다”며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헤쳐나간 ‘인간’ 윤동주가 돼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동주의 북간도 사투리를 따라 하기 위해 그는 ‘연변소품’이라는 현지 개그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찾아 어투와 발음을 익히려 노력했다.

“윤 시인이 삭발하는 장면이 있어요. 주변에선 광고가 끊긴다며 실제 삭발을 하지 말라고 심하게 반대했지만 죽어도 남을 작품에서 제 우상을 연기하는데 타협이 있을 수 없었죠. 감독님과 몰래 약속하고 촬영장에서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형무소에서 야위어 가는 윤동주의 모습을 보이려 촬영하는 동안 5kg을 뺐다. 그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살이 자연스럽게 빠졌다”며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죽을 만큼 노력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교회 연극 동아리에서 소품을 담당했던 그는 고교 1학년 때 우연히 빈 배역을 맡아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연극과가 있는 국립전통예술고로 전학한 그는 연극 ‘천상지계’(2006년)로 데뷔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드라마 ‘상속자들’(2013년) ‘미생’(2014년), 영화 ‘쎄시봉’ ‘스물’(이상 2015년)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최근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선 평소의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걸쭉한 욕’을 하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영화 ‘동주’에서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이 한때 삭발했던 것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삭발을 했다. 딜라이트 제공
영화 ‘동주’에서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이 한때 삭발했던 것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삭발을 했다. 딜라이트 제공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연기자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만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만 좋은 사람은 언제든 그럴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자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윤동주#동주#강하늘#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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