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자존심에 혼자 수업준비 끙끙… 아이들에 마음 열자 소통의 수업
날 닮고 싶다는 제자들 보면 뿌듯
김인탁 교사(왼쪽)는 “부임 후 4년 동안 ‘아이들에게 내 팔이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걱정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까’ 하는 고민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2학년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아 재미있게 보냈다고 했다. 김인탁 교사 제공
3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중 졸업식. 담임교사들이 졸업생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는 순서에서 김인탁 교사(32)는 지난해 졸업식에서의 뭉클했던 감정이 떠올랐다. 교사가 된 이후 담임을 맡은 학생들을 처음 졸업시키던 순간이었다. 다른 교사들처럼 양팔 모두가 따뜻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슴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이 느낌이 전달된 탓일까. 지난해에 졸업한 제자들 여럿이 이날 김 교사를 찾아왔다.
김 교사는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지체장애 3급)를 딛고 최초로 2012년 일반학교 체육교사가 됐다. 3세 때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래 5cm부터가 없다. 장애를 불편하게 생각한 적 없고 임용시험도 남들과 똑같이 치른 김 교사다. 그러나 임용 뒤 4년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고 아이들이 못 배우는 종목이 없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최대한 다양한 종목을 경험해 보고 적어도 한 가지는 평생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 교사는 “첫해와 둘째 해에는 정말 어려웠고 2014년부터 많이 나아졌다”며 웃었다. 벌써 올해가 선유중 5년 근무기간의 마지막 해다.
부임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보조교사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김 교사는 거절했다. 특별한 교사가 되기 싫어서였다. 그 대신 아이들을 적극 참여시켰다. 배구 수업 때는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친구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게 했다. 여기에 김 교사가 설명과 동영상, 유인물을 추가해 이해를 도왔다. 체조 수업에서 물구나무 서는 법을 가르칠 때도 먼저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고, 왼쪽 팔 밑에 두꺼운 매트를 여러 겹 깔고 시범을 보였다. 처음에는 동작 시연, 기구 준비와 정리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교사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생각을 바꿔 자신이 남과 다른 점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수업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김 교사에게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고 평가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도 선생님처럼 체육 선생님이 되겠다”는 학생도 여럿이다.
김 교사는 언제나 3월 첫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면 자신의 성장 사진을 보여준다. 갓난아기 때 모습을 깔깔거리며 보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숙연해진다. 3세 때 사고 이후 왼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사진이 나오면서부터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팔은 다쳤지만 누구보다도 활달했고 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자기소개 뒤 아이들에게 의수를 직접 만져 보게도 한다. 장애를 공감해 주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의수는 ‘혹시 아이들이 어색해하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에 부임하면서부터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축구를 할 때는 의수를 빼고 아이들과 마음껏 몸을 부딪친다.
김 교사는 “나와 지내본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장애인을 대하는 마음이 다를 것”이라며 “장애인과 함께하며 우리가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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