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브로드웨이 ‘범생이’로 재탄생
“가정환경-성격은 달랐지만 둘다 자기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
1991년 8월 미국 포천지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왼쪽 위)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아래 사진은 2007년 한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4월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다. 사진 출처 포천·올싱스디지털 홈페이지
“잡스는 기술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지만 무엇이 통하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운 직감을 갖고 있었어요.”(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빌은 상상력이 없고 뭔가를 창안한 적도 없지요. 이제 기술보다는 자선 활동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은 자신이 저술한 잡스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에서 1955년생 동갑인 게이츠와 잡스가 30년 넘게 경쟁을 하면서 서로에게 이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고 썼다.
‘정보기술(IT)의 두 거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 4월 21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롱에이커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뮤지컬 제목은 ‘너즈, 뮤지컬 닷-코미디(Nerds, A Musical Dot-Comedy)’이다. 너드(nerd)란 ‘공부는 잘하지만 사교성이 떨어지는 특이한 아이’란 뜻으로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를 가리킨다.
이 공연을 기획한 슈버트사는 “‘너즈’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인생 경로를 밟아온 게이츠와 잡스가 IT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 창고에 처박혀 있는 괴짜에서 현대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억만장자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식 전축에서 최신 아이폰까지 다양한 소품이 등장하며 두 사람이 만든 IT 혁명이 흥미롭게 그려진다고 소개했다.
3차원(3D) 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램을 통해 게이츠와 잡스의 실제 모습이 공연 중 소개된다. 뮤지컬을 만든 케이시 허션 감독은 홍보 영상에서 “두 IT 거물을 다룬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게 돼 너무 흥분된다. 꿈을 이룬 기분이다”며 “정말 재밌는 공연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포천은 16일(현지 시간) 두 사람이 실리콘밸리에서 ‘닷컴(.com) 신화’를 일군 대표 인물인데 착안해 ‘닷-코미디’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 같다고 전했다. 롤링스톤 등 대중문화 매체는 “컴퓨터에만 미쳐 지내던 두 괴짜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억만장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공연 표 발매는 시작됐고 3월 하순 프리뷰 공연이 열린다. 두 주인공을 어느 배우가 연기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이츠는 세계 최고 부호(富豪)가 됐고 잡스는 애플을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웠다. 두 사람 모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성장 배경이나 성격은 뚜렷이 대비된다. 아이작슨은 “자기가 상대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잡스가 게이츠를 약간 더 열등한 상대로 취급하곤 했다. (30년을 경쟁하면서) 게이츠는 인색하게나마 잡스의 훌륭한 점을 인정했지만 잡스는 결코 게이츠의 장점을 온전히 인정한 적이 없다”고 전기에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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