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갓 대학에 입학해 아르바이트를 찾던 남선희 씨(45·여·사진)의 눈에 맥도날드 시간제 직원 모집 포스터가 들어왔다. 한국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연 직후였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도 있었지만 이왕 할 거라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 보는 게 좋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는 매장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하지만 남 씨는 다른 곳에서 매력을 느꼈다. 체계화된 직원 교육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 체제, 유연하지만 빈틈없는 근무 시스템 등이 신기했다. 이 때문에 전공(전자통신)과 관련이 없는데도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졸업 후 회사의 정규직 전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다양한 부서를 돌며 경력을 쌓았다. 남 씨는 “성과에 따라 평가해줬기 때문에 여자라고 차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전을 즐기는 성격 덕에 남자 동기보다 빨리 승진하기도 했다.
남 씨의 도전정신은 2008년 배달 서비스 담당부서 팀장을 맡게 되면서 빛을 발했다. 당시 한국맥도날드는 국내 최초로 패스트푸드 배달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남 씨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원 채용과 외주 콜센터 선정 등을 차례차례 마무리지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남 팀장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배달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이제 다른 나라 매장에서 한국 시스템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출신인 남 씨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두 자녀를 키우는 그는 한국맥도날드의 최장 근속 직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점을 인정받아 29일 세월호 참사로 뒤늦게 열린 ‘근로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남 씨는 수상 자체보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희망을 준 것 같아 더 기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쉽게 돈 버는 일보단 도전이 될 만한 일을 해야 인생을 바꿀 계기가 생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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