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학생’ 밥 짓는 선생님께 큰 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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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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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조도高 조연주 교사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는 전남 조도고 조연주 교사.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는 전남 조도고 조연주 교사.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전남 진도에서 뱃길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은 섬, 조도. 이곳에 전교생이 22명인 조도고등학교가 있다. 조연주 교사(47·여)는 2010년 3월부터 조도고에서 윤리를 가르쳤다. 열두 살 때 떠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20년의 교직 경험을 아이들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3학년 담임을 맡았다.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저녁을 굶거나 컵라면으로 때우는 모습을 봤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인데 공부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 교사는 그날부터 아이들에게 김밥을 만들어 나눠줬다. 4월부터는 아예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녁 급식을 했다. 낡은 창고에 가스레인지와 밥솥을 들여놓고 주방 겸 식당으로 만들었다. 쌀이나 고추장은 면사무소와 발전소 같은 지역 공공기관에서 지원했다. 반찬거리나 식판은 조 교사가 자비를 털어 마련했다. 그는 주말이면 목포로 나가 장을 봐왔고 매일 저녁밥을 지었다.

아이들을 위해 밥 짓는 교사가 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고향을 떠나 육지로 나간 사람들이 돈을 보냈다. 부식거리를 보내주는 주민도 늘어났다. 그 덕분에 이제는 식당용 냉장고와 식기세척기를 갖춘 어엿한 학교식당이 됐다. 그래도 조리사를 따로 둘 예산은 없어서 조 교사가 여전히 밥을 짓는다.

이렇게 2년이 지나면서 경사가 생겼다. 개교 30년인 올해 조도고 최초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것. 이 학교 김빛나 씨(19)는 매일 밤 학교에 남아 공부한 끝에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합격했다. 광주교대와 전남대 등 지역의 좋은 대학에도 진학하는 학생들이 이어졌다. 제빵사가 꿈인 학생이 제빵학과에 합격한 것도 기쁨이었다.

그는 “섬마을 학교에서도 행복해하고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내가 다른 학교로 가더라도 저녁급식이 계속 이어져야 할 텐데…”라고 얘기했다.

조 교사의 공로를 지역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인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7일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 상은 교과부의 ‘으뜸교사상’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한국교육대상’을 통합한 것이다. 올해는 조 교사를 비롯해 부문별로 10명이 수상자로 결정돼 근정훈장을 받는다. 시상식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상 조연주(전남 조도고 교사) △유아 박춘금(광주 봉산유치원 원장) △특수 최영수(인천 강남영상미디어고 교사) △초등 천미향(대구 안일초 교사) 이건표(대전 산내초 교장) 김태선(제주 납읍초 교장) △중등 김화연(서울 동도중 교사) 채찬석(경기 소사중 교장) 전용섭(경기 매현중 수석교사) △대학 이명학(성균관대 교수)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섬마을 학생#조연주#스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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