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저녁 시간 ‘한드’가 멈추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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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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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한국드라마 번역가들한국어 전문가 초청 연수 참석

배재대에서 연수를 받다 잠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해외 한국어 전문가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미얀마의 한국드라마 번역가인 쉐이푸푸, 자치툰 씨.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배재대에서 연수를 받다 잠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해외 한국어 전문가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미얀마의 한국드라마 번역가인 쉐이푸푸, 자치툰 씨.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남녀 간 불륜 장면 너무 많다고 하면서도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국립국어원 주최로 대전 배재대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 한국어 전문가 초청 연수’에 참석한 미얀마의 한국 드라마 번역가 쉐이푸푸 씨(29)와 자치툰 씨(26)는 6일 미얀마의 한류 열풍을 이렇게 전했다. 이들은 미얀마의 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번역회사 MKCS사에서 한국 드라마 번역을 하는 한류 전파의 최첨병이다. 쉐이푸푸 씨 등은 TV를 통해 이미 방영됐거나 방영될 예정인 ‘불멸의 이순신’ ‘대왕세종’ ‘연개소문’ ‘대조영’ ‘시크릿 가든’ ‘프레지던트’ ‘옥탑방 고양이’ 등을 번역했거나 번역 중이다. 방영된 사극 가운데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난을 극복한 ‘이순신’이 단연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2001년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매일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는 미얀마의 저녁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다. 쉐이푸푸 씨는 “이제 미얀마 TV의 저녁 프라임타임은 중국 드라마 대신 한국 드라마가 점령한 상태”라며 “한국 드라마를 보려는 시청자들 때문에 이 시간대에 다른 행사가 잘 열리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 떡볶이나 삼겹살이 나오면 이들 메뉴를 취급하는 한인 식당에 갑자기 주문이 쇄도하고 청소년들은 한국 드라마의 패션과 케이팝(K-pop)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를 수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이들은 말했다. 자치툰 씨는 “한국 드라마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이 등장해 귀감이 되고 있지만 불륜 장면과 여성이 과음하거나 남성을 구박하는 등 교육상 문제가 있거나 정서상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많다”며 “이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집돼 방영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2주간 열리는 이번 연수에는 스페인 스웨덴 헝가리 이란 인도네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유럽과 이슬람권, 구 소련연방, 동남아시아 등 20개국 51명의 해외 한국어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관련 회사원, 호텔 종업원, 한국어학원 강사, 한국문화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한국어에 모두 정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자가 “수업시간을 빼먹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을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자 곧바로 “땡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선망했던 한국드라마 주인공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쉐이푸푸 씨는 “연수 프로그램에 한국 드라마를 번역하면서 보고 싶었던 한류 스타를 만나거나 서울 압구정동에 가볼 기회가 없어 아쉽다”며 “실제 한국 배우들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은 번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수를 담당한 배재대 박석준 한국어교육원장은 “더 심도 있는 교육으로 교육생들이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 문화와 사회 분위기에까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교육이 각 나라 현지에서 우리 문화와 국가를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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