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씨 ‘엄마를 부탁해’ 파리서 불어판 출판기념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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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인들에게도 엄마는 엄마 잃어버린 의미-가치 새로 찾네요”

“서구인들이 엄마라는 잃어버린 의미와 가치를 제 작품 속에서 새로 발견하는 것 같아요. 우리를 따뜻하게 보살피고 성장시켜 인격체로 다른 세상에 내보내는 엄마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그 존재를 상실해가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에 공감한 것이죠.”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미국과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신경숙 씨(48)가 7일 프랑스 파리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엄마를 부탁해’의 프랑스어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신 씨의 팬과 출판사, 프랑스의 한국문학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신 씨가 ‘외딴방’ ‘리진’에 이어 프랑스어로 발간한 3번째 소설.

신 씨는 이날 소설 가운데 엄마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 아들 형철과 밤을 보내며 얘기하는 장면을 낭독했다. 이어 “우리는 늘 엄마로부터 넘치게 받으면서도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우리는 당연하게 듣고 자란 이 말을 정작 부모에게는 하지 않는다. 말의 자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가족 해체를 일찍 경험한 서양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겠느냐’는 질문에 “문학은 똑같은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잘 모르고 낯선 것과 소통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설에 자전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라는 질문에 “모든 소설은 자전적 요소를 갖지만 현실과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는 탄생할 수 없다. 이 소설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든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프랑스어판 ‘엄마를 부탁해’는 프랑스 국립동양학대학(INALCO) 정은진 한국어과 교수와 자크 바틸리오 부부가 번역했는데 보통 초판의 4배인 2만 부가 출간됐다. 책을 낸 ‘오!’ 출판사의 필리프 로비네 편집인은 “엄마라는 존재는 한국인 미국인 프랑스인 모두에게 똑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작품의 영어판을 처음 읽고 배 아래에서 뜨겁고 묵직한 기운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다음 작품 구상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마음속 항아리에 여러 개 준비돼 있다. 하나씩 나올 것이다”며 “나를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것은 역시 한국, 한국어뿐이다. 책상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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