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40대, 달라이라마 잇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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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정부 정치지도자에 로브상 상계 선출
티베트에 한번도 간적없어 ‘독립 대신 자치’ 노선 지지

미국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로브상 상계(43)가 티베트 망명정부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지난달 정치적 은퇴를 선언한 달라이 라마(76)에 이어 망명정부를 이끌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탄생한 것이다.

인도 다람살라에 소재한 망명정부의 선거관리위원장 잠펠 초에산은 27일 인도와 여러 나라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유권자 약 8만3400명 중 4만9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선거에서 상계 총리가 55%를 얻어 다른 후보 2명을 제쳤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상계 총리는 유명 차 재배지인 인도 동북부 다르질링에서 티베트 난민의 아들로 1968년 태어났다. 부모는 소와 닭을 팔아 아들 교육을 시키는 등 교육열이 남달랐다. 인도 델리대를 거쳐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하버드대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상계 총리는 곧 미국을 떠나 다람살라로 이사할 예정이다.

그는 티베트를 대표하는 학자로 학술회의에 참석해 중국 최고 대학에서 온 학자들과 중국 정치와 티베트 문제 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망명정부가 종교지도자에 의해 운영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선거에 앞서 달라이 라마는 행정부 수반직을 새 총리에게 넘기고 정신적 지도자로 남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따라서 최고 승려인 달라이 라마가 정부 수반이 되는 정교일치의 전통을 유지해 온 티베트 망명정부의 운영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계 총리는 지난달 AFP와의 인터뷰에서 “티베트의 변화에 젊은 세대가 앞장서야 한다는 간절한 요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달라이 라마의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폭넓은 자치권을 요구하는) 중도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상계 총리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내 티베트인들이 그를 실질적 지도자로 인정할 것인지, 또 중국 정부가 상계 총리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계 총리는 티베트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티베트인에게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미 상계 총리에 대해 비판보도를 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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