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 구제역 격리 생활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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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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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만에 집으로… 軍 첫 휴가 나오는 기분”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이 구제역 예방을 위한 3개월의 격리 기간 중 센터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남자 직원들이 식사 당번을 정해 준비하다 보니 식탁은 항상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제공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이 구제역 예방을 위한 3개월의 격리 기간 중 센터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남자 직원들이 식사 당번을 정해 준비하다 보니 식탁은 항상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제공
“군대 갔다가 첫 휴가 나오는 기분이더군요.”

구제역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축산 연구기관 직원들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도 해제됐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도 최근 직원들의 격리 생활을 부분 해제했다. 구제역 종식 선언 때까지는 직원 27명을 3개 조로 나눠 1개 조씩 최소한의 바깥출입을 허용한다는 방침. 그러나 외부인의 출입금지는 계속되고 외출했던 직원도 복귀할 때 철저한 소독을 거쳐야 한다.

25일 업무차 강원도청을 방문한 축산기술연구센터 실험담당 실무 총책 박연수 박사(49·사진)를 만나 그간의 ‘격리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강원도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바깥출입을 못했던 그는 이달 21일 석 달 만에 춘천의 집을 찾았다. “1개월간 일본에 연수를 갔을 때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갑작스럽게 통제가 결정된 탓에 박 박사와 직원들은 장기간의 합숙 준비를 전혀 못 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먹고 자는 문제부터 불편이 이어졌다. 숙직실에서 단체로 잠을 자고 식사는 당번을 정해 준비했다. 예민한 직원들은 동료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해 사무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겨울을 나기도 했다. 식사 역시 일주일에 한 번 반입되는 부식으로 남자 직원들이 준비하다 보니 늘 부실한 1식 3찬이었다. 게다가 라면과 인스턴트식품으로 자주 식사를 때우다 보니 이제는 보기만 해도 신물이 날 정도다.

영하 20도의 한파도 직원들을 겨울 내내 괴롭혔다. 가뭄과 결빙으로 수돗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기도 힘들었다. 또 강추위에 디젤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사무실에서 축사까지 1.5km가량을 걸어 다녀야 했다. 부모 제사나 친척들의 경조사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당뇨병이 있는 한 직원은 전화로 의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약을 배달받았다.

박 박사는 구제역 발생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구제역 소식이 알려지자 연구센터에는 시민의 전화가 잇따랐다. 자신이 개발한 구제역 즉효 약을 초소에 갖다놓겠다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기(氣)치료로 구제역을 퇴치할 수 있다며 직접 찾아오겠다는 이도 있었다. 또 반입 물품을 철저히 소독하다 보니 편지나 서류가 소독약에 젖어 읽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몸 고생보다 마음고생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특히 철저한 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1월 20일 센터 내에서 사육하던 소 2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정부 지침이 바뀌어 항체가 형성된 소들이 도살 처분을 피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직원들이 외부인과 접촉을 못 하고 갇혀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가 대단했습니다. 잘 견뎌준 직원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박 박사는 이날 ‘마의 터널’을 헤쳐 나온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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