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멈과 문자… 나도 엄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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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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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휴대전화 활용법 교육 직접 사진 찍고 블로그 운영 “짱이라는 손녀 말에 뿌듯”

3일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휴대전화 활용능력 경진대회 ‘제1회 이음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3일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휴대전화 활용능력 경진대회 ‘제1회 이음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여보, 나 문자메시지 배워서 당신에게 처음으로 보내는 거야. 사랑해.”

최종근 할아버지(69)는 태어나서 처음 보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아내에게 미뤘던 사과를 했다. 이모티콘에 하트 모양까지 넣어 진심을 담아 전했다. 오랜 ‘냉전’으로 서먹해진 부부 사이에 연애시절에 느꼈던 짜릿함이 감돌았다.

최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휴대전화로 시작된다. 이른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간밤에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기념일이나 스케줄을 확인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는 전화를 걸고 받는 데만 썼지만 SK텔레콤 대학생 봉사단 ‘써니’와 한국노인복지관협회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활용 교육 ‘행복한 모바일 세상’에 참가하고 나서부터는 달라졌다. 5주간 일대일로 문자보내기, 사진 찍어 전송하기 등 휴대전화 활용법을 교육받고 지금은 ‘엄지족’이 다 됐다.

3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에서는 전국 노인복지관의 ‘엄지족’들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활용능력 경진대회인 ‘제1회 이음페스티벌’이 열렸다. 문자메시지 빨리 보내기 대회를 치르는 60∼80대 노인 170여 명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대회에 참가한 조경상 할아버지(75)가 대회 전 연습 삼아 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나 오늘 휴대전화 활용대회에 왔어요. 대회 전에 연습합니다. ♥” 조 할아버지는 3개월 전 폐암 수술을 받았다. 휴대전화로 부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사진을 찍으며 힘든 시기를 버텼다. “젊은 마음으로 생활하다 보니 몸도 젊어지는지 회복이 빨랐지요.”

휴대전화 활용교육을 통해 ‘엄지족’으로 거듭난 종로노인복지관 이관 할아버지(68)는 “요즘 멀리 떨어져 사는 손녀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할아버지 짱’이라는 손녀의 말이 뿌듯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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