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속도보다 자전거 여유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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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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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32명, 작가 김훈씨와 ‘느리게 달리기’

23일 작가 김훈 씨(가운데)가 ‘느리게 달리며 바라보는 세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교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3일 작가 김훈 씨(가운데)가 ‘느리게 달리며 바라보는 세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교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느린 것 빼고는 좋은 점이 많아요.” 23일 오후 자전거를 탄 고교생 32명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산소길을 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마련한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작가이자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한 김훈 씨(62)가 이날의 명예교사였다. 주제는 ‘김훈과 느리게 달리며 바라보는 세상’. 학업 및 진로 고민이 많은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안겨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특히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전거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 주는 것도 하나의 의도였다.

참가자들은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들 가운데는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있거나 타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10명 정도 포함됐다. 폭주족으로 불릴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주최 측 설명. 유명 작가 김훈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데다 도심을 벗어나 장애물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날 코스는 화천읍 붕어섬 입구에서 출발해 대이리, 꺼먹다리를 거쳐 화천생활체육공원으로 오는 10km. 단풍이 곱게 물든 북한강변과 물 위에 조성된 환상의 자전거길로 유명하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에 일부 학생이 뒤처지기도 했지만 1시간 반가량을 낙오자 없이 완주했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휴식 시간에 김 씨는 학생들과 공부, 운동, 다이어트 등 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토바이에 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김 씨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다만 그것이 반사회적으로 이뤄지는 행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따라 김 씨의 자전거 예찬은 특별했다. “자전거의 좋은 점은 엔진이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그 엔진이….” 외부 동력이 아닌 발을 구른 만큼 나아가는 자전거의 특성을 오토바이에 빗대 말한 듯하다.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있다는 김귀훈 군은 “요즘은 등교할 때를 포함해 자전거를 즐겨 탄다”며 “오토바이는 스피드가 매력이지만 자전거는 땀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는 1학년 하정호 군은 “평소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는데 힘은 들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저서 ‘자전거 여행’에 사인과 학생의 이름을 담아 학생 모두에게 선물했다.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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