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남자? 사랑이 내 선택으로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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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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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청담보살’ 무속인 열연 박예진

내가 원해도 상대 받아줘야… 노력이 중요
예능서 떴지만 인기 얽매일까 봐 두려워
점집요? 가봤지만 결국 의지할 건 자신뿐


영화 ‘청담보살’에서 미녀보살 태랑을 연기한 배우 박예진. 그는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예능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코믹한 연기도 할 수 있게 됐다”며 “틀을 깨고 연기에 대한 갈증을 실컷 채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영화 ‘청담보살’에서 미녀보살 태랑을 연기한 배우 박예진. 그는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예능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코믹한 연기도 할 수 있게 됐다”며 “틀을 깨고 연기에 대한 갈증을 실컷 채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사랑일까 운명일까. 11일 개봉하는 영화 ‘청담보살’은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고민을 한국의 점문화로 풀어간다. 2대째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태랑(박예진)은 스물여덟 살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 액운을 피하는 사주. 어느 날 접촉사고를 낸 태랑은 첫사랑 호준과 사주가 점지한 남자 승원을 동시에 만난다.

“대사 안 외우고 촬영장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박예진(28)은 억대 연봉의 미녀보살 태랑 역을 맡았다. 데뷔작이었던 1999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이후 주연은 10년 만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를 위해 멋들어진 말을 고르는 성격이 아니었다. 대사를 안 외우고 촬영장에 왔다는 깜짝 발언에 대해서도 “내 또래인 스물여덟 살의 일상을 대사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 동안 제가 맡은 역할은 모두 틀에 갇혀있었어요. 도도하거나 여성성이 강하거나, 집은 유복한 편이었고 화려해 보였죠. 제가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얼마나 지루했겠어요? 그런데 이번엔 무속인이라는 직업만 빼면 실제 저 자신과 다를 게 없어요.”

데뷔 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대조영’ ‘장희빈’에 출연했다. 작품은 인기를 얻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비껴갔다. 대중의 기억에 각인된 건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고부터. 태연히 맨손으로 날생선을 다듬으며 ‘달콤 살벌 예진아씨’란 별명도 얻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천명공주 역할은 10년의 연기 내공을 보여준 자리였다. 모처럼 대중의 관심을 경험한 기분은 어떨까. 그는 “인기라는 게 참…”이라며 의외의 한숨을 쉬었다.

사진 제공 메가폰
사진 제공 메가폰
“연기를 꾸준히 해도 인기를 한번도 얻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뜨거운 사랑을 경험했죠. 기분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두려워요. 그 인기가 떨어질까 봐? 아뇨, 인기에 얽매이는 내 자신이 두려운 거겠죠.”

어릴 적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어 어른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데뷔시기를 앞당긴 건 “이래라저래라 하는 학교생활이 싫었기 때문”. 고등학교 3학년 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연기가 갑갑한 학교생활의 도피처였던 셈이다. 하지만 어린 그에게 연예계는 “까딱 잘못하면 이용당하기 십상”일 만큼 치열한 공간이었다.

“사회생활 중에서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상황이 펼쳐지는 곳이잖아요. 얼굴이 알려진 직업이라 힘든 점도 많았죠. 영화 ‘제5원소’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쓰던 안경을 갖고 싶었어요. 안경을 끼면 분장이 자동으로 되고 본래 얼굴이 감춰지는…. 아무도 나의 진짜 얼굴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맺고 끊는 게 확실하면서도 상처받기 쉬운 소심한 성격이라는 그가 실제 무속인을 찾는 일도 있을까. 그는 “얼마 전까지 작품 선택처럼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점집을 찾았지만 이젠 가지 않는다”고 했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마음을 의지할 곳은 자신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30대를 코앞에 둔 지금은 “일과 일상의 중심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랑과 운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태랑의 고민을 그에게 질문으로 던져봤다.

“사랑이라는 게 나만의 선택으로 되나요. 나 혼자 운명이라 생각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니까…. 운명으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100% 노력이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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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부 염희진 기자



▲ 문화부 염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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