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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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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에서 귀국한 ‘작은 거인’ 박지은(사진) 9단은 ‘입신’(入神·9단의 별칭)이 된 소감에서 “입단 후 ‘언젠간 9단이 되겠지’ 하는 생각은 했지만 별로 이뤄 놓은 것도 없이 9단이 돼 쑥스럽다”며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원양부동산배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31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둬 우승컵을 안았다. 대국 당시 8단이었던 그는 여성 세계대회 우승 시 1단을 특별 승단시켜 주는 한국기원 규정에 따라 9단이 된 것.
1945년 한성기원(한국기원 전신) 설립 후 63년 만에 최초이자 세계적으로 루이 9단과 펑윈 9단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1997년 입단 직후부터 여성 바둑계를 이끌 기사로 꼽혔다. 입단 전 여성으론 유일하게 한국기원 연구생 1조에서 활약했고 2003년엔 농심신라면배 예선에서 숱한 남성 기사를 물리치고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여성 바둑계의 지존이던 루이 9단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 역대 전적으론 8승 14패로 여전히 뒤져 있지만 2006년 이후는 4승 3패로 한 걸음 앞섰다.
그는 “이제 9단이 됐으니 남자 기사들과도 좀 더 대등한 승부를 펼치겠다”며 “남자 기사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없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가 지난해 거둔 40승(23패) 중 남자 기사를 상대로 이긴 것이 17승이다.
최근 그는 국내 기전 본선에 오르지 못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그는 “독하게 마음을 먹지 못했던 것 같다. 2006년 슬럼프에 빠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탓이다. 그러나 요즘엔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그의 바둑이 최근 여유 있고 안정되면서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원래 전투적 기풍이었는데 전투 와중에 실수를 많이 하게 돼 좀 더 차분한 바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바둑 연구모임을 갖고 있는 양건 8단은 “박 9단은 생활 습관이 착실하고 게으르지 않아 실력이 꾸준히 좋아지는 스타일”이라며 “원양부동산배 3국을 보면서 근래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둘지 않고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할 생각입니다. 동갑내기인 이세돌 9단과 결승전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날이 오도록 노력할게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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