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시각장애인, 27일 국제철인대회 출전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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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을 달리며 훈련하고 있는 염동춘 이용술 차두섭 씨(왼쪽부터). 이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넘어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 경기에 출전한다. 이훈구  기자
한강변을 달리며 훈련하고 있는 염동춘 이용술 차두섭 씨(왼쪽부터). 이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넘어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 경기에 출전한다. 이훈구 기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들은 달려야 한다. 눈앞의 장애물이 보이지 않아 더욱 불안하다. 그러나 인생에 미래의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용기를 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마포대교 아래 한강변. 시각장애인 이용술(44) 염동춘(45) 차두섭(54) 씨가 한데 모였다. 이들은 27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리는 ‘2006 SC제일은행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에 참가한다. 바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하루에 해내야 한다.

차 씨가 수영, 염 씨가 사이클, 이 씨가 마라톤을 맡아 릴레이를 하기로 했다. 릴레이 기록은 정식 기록으로 인증받지 못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릴레이 형식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이 씨는 20대에 친구의 싸움을 말리다 실명했다. 염 씨는 당뇨합병증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질병으로 약시가 된 차 씨는 3명 중 가장 시력이 좋지만 사물의 윤곽만 어렴풋이 볼 수 있을 뿐.

차 씨는 “운동을 하면 많은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압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바다에서 핀 수영 등을 한 경험이 있다. 시력이 약해 바다에서 코스를 잃고 헤맨 경험도 있다고. “파도를 맞을 때는 멀미도 나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코스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실내수영장에서는 4km를 1시간 10분 안에 마친다고 했다.

5년 전 시력을 잃고 무서워 처음 2년간 방 안에만 있기도 했다는 염 씨는 “도로 위 장애물이나 앞에서 닥쳐오는 다른 차량 등이 두렵다. 공포를 이겨 내는 정신력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마라톤으로 새 삶을 찾은 경우. “마라톤으로 나는 목표를 얻었다.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그는 도우미와 끈으로 묶은 채 2003년 사하라 사막 243km, 2005년 고비 사막 253km를 완주한 경험이 있다. 지난달엔 칠레의 소금 사막에서 252km를 달렸다.

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업을 독점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많은 시각장애인이 생계 수단인 안마업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씨도 최근 실직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생존투쟁은 절박하다.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다. 우리는 먹고 입는 1차적인 문제마저 위험에 처해 있다. 참여정부에서 이렇게 장애인 정책이 후퇴할 줄 몰랐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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