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섰을까=주인공인 켄 파워스(60), 마샤 파워스(58) 씨 부부는 컴퓨터 기술자와 플루트 교사를 지낸 은퇴자다. 대개 은퇴자들은 노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안일(安逸)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이 부부는 둘 다 예전에 장거리를 걸어 본 경험이 있고 다리도 튼튼했다. 하지만 미 대륙 도보 횡단에, 그것도 ‘무기착 도보 횡단’에 성공하리라는 자신은 없었다. 횡단하는 중에 계절이 바뀌기 때문에 여태껏 젊은 하이커들도 1년 안에 횡단을 한 적이 없었다.
▽어려웠던 일은=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횡단 노선 선택과 기상 분석 등 사전 작업에 나섰다. 횡단하는 길목에 있는 우체국으로 상세 지도와 보급품을 미리 부쳤다. 유타 주와 네바다 주의 사막에는 40km마다 물통을 묻어 두기도 했다. 군사작전이나 다름없는 철저한 준비를 해뒀다.
이렇듯 세밀하게 준비했어도 횡단은 순조롭지 않았다. 2월 메릴랜드 주에서는 물통이 얼어붙어 버렸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눈사태로 만들어진 얼음다리 위로 강을 건넜다. 한번은 마샤 씨의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 바람에 갖은 고생을 하다 5일 만에 의사를 찾아 빼내기도 했다.
▽뭘 얻었을까=켄 씨는 19kg이, 마샤 씨는 6kg이 각각 빠졌다. 마샤 씨는 신발을 10켤레나 바꿔 신었다. 걸으면서 13개 주와 14개 국립공원, 16개 국유림 지역을 거쳤다. 마침내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모험이 끝나 약간 섭섭한 기분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켄 씨는 “우리 부부의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사람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역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걷고 먹고 잠을 자며 얻은 소중한 열매였다. 켄 씨는 “앞으로도 우리 두 사람만 하이킹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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