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목련장 맹인안마사 정철우씨 30년간 10억모아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9시 07분


어린시절 집안형편이 워낙 어려워 영양실조로 실명한 시각장애인이 지압과 침술로 번 돈을 꼬박꼬박 저축해 30년만에 10억여원을 모았다.

26일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맹인안마사 정철우(鄭哲愚·51)씨는 ‘저축의 생활화’가 몸에 밴 인물. 경북 문경에서 지체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침술원을 운영하는 정씨는 지금도 수입금 중 거의 전액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있다.

6·25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재혼하는 바람에 고아처럼 성장한 그는 열아홉살때인 67년3월 연필 껌 볼펜 등을 판 돈으로 상업은행(현 한빛은행)에 첫 계좌를 트면서 저축을 시작했다.

정씨는 “통장잔고가 늘어나는 재미에 1만500원을 벌면 1만원은 저축하고 나머지 500원만으로 생활해도 힘들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장애인과 결식아동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씨는 극빈 장애인들에게 지금까지 337개의 통장을 만들어주면서 저축습관을 갖도록 도와줬다.

“어떤 사람들은 물가가 오를 것을 생각하면 저축할 마음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푼두푼 아껴쓰고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 우리 모두가 잘살게 되지요.”

정씨는 앞으로 5억여원을 더 모아 장애인 복지시설을 건립하는 게 꿈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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