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게이트」주역 김한조씨, 「가혹한 말년」

  • 입력 1998년 2월 22일 19시 31분


70년대 중반 한미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김한조(金漢祚·74)씨. 한때 미국의 백만장자였던 그가 길거리를 헤매게 됐다. 그는 귀국이후 15년동안 자취생활을 해오던 서울 흑석동 모대학 기숙사 한모퉁이 15평 방을 이달말까지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뇨로 몸까지 불편한 그에게는 가혹한 ‘형벌’이다. “이 추운 계절에 집을 나가라니오. 조국을 위해 몸바친 결과가 이것이라니….” 5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엄청난 부와 명예를 쌓았던 그가 ‘조국’ 때문에 몰락, 가족과도 헤어진 채 귀국했으나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관심 뿐이었다. 70년대 중반 한국의 유신정권에 대한 미국민의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지고 주한미군 철수여론까지 들끓자 박정희(朴正熙)대통령 내외는 청와대로 김씨를 초청, 미군이 철수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며 미국 여론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개인재산을 써가며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학자 등 사방에 퍼져있는 지인(知人)을 설득한 끝에 포드 대통령 방한을 이끌어내고 주한미군 철수여론을 돌리는데도 일조했다. 그러나 당시 주미대사관에 근무하던 중앙정보부 요원 김상근씨가 미국에 망명해 “김한조씨가 박대통령으로부터 로비자금 60만달러를 받아 착복했다”고 증언한 이후 그는 급전직하로 굴러떨어졌다. “결단코 한국정부에서 한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내가 한국에 18년째 살고 있는데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안했겠습니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60만달러에 대한 세금과 그동안 엄청나게 불어난 이자, 2년간 재판에 쓰인 막대한 변호사비용 등 3백만달러의 미국 빚이다. 아내와 4남매는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의회특별위원회에서 집요하게 추궁당했지만 도와준 지인들을 보호하고 한미관계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 대가는 의회모독죄로 인한 감옥행이었다. 출옥후 81년 그는 조국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귀국했다. “그러나 박대통령 앞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저를 칭찬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등돌리고 모른 체 하더군요.”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돌아가는 즉시 변호사들이 보증을 서줘 차압이 유보된 집마저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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