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동소방서 구급대,버려진 신생아까지 구조 보살펴

  • 입력 1997년 11월 5일 08시 34분


서울 성동소방서 119구급대원들은 요즘 화재나 구난 현장외에 한군데 더 다녀올 곳이 생겼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반. 「아이가 죽어간다」는 신고를 받은 이 소방서 구급대원 3명은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지하 여자화장실로 긴급출동했다. 운전원 박원수(朴元洙·34) 소방사 최원석(崔元錫·29) 간호사 조갑경(趙甲慶·30·여)씨가 화장실 세번째칸에서 발견한 것은 검정 배낭속에 태반조차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버려져 있는 여자 신생아.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하는 아기를 감싸안은 대원들은 병원을 향해 차를 달렸다. 서울 방지거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해 생명을 건진 이 신생아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로 옮겨졌다. 성동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이 아기에게 「한송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출동했던 대원 3명은 쉬는날에 교대로 일회용 기저귀와 분유를 사들고 「한송이」를 찾아가 돌보고 있다. 『처음 해보니 정말 쉽지 않네요』 송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진땀을 흘리는 소방사 최씨. 아직 총각인 그는 요즘 어떻게 송이에게 젖병을 물릴 수 있을지 고심중이다. 어느새 성동소방서에는 「한송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생겼다. 한송이를 위해 사흘전부터 모은 성금이 벌써 수십만원에 달했다. 10개월된 아들을 두고 있는 간호사 조씨는 『한송이를 버린 엄마가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생명은 고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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