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TBS) 통신원 박용길(朴湧吉·42)씨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는다. 3천만명이 이동하는 교통 흐름의 등대역할을 위해서다. 이미 13일 낮부터 18일까지 수도권 동부지역을 밝히기 위해 12일 원주로 가 대기중이다.
『명절때마다 보이지 않는 아빠, 내놓은 자식이 됐습니다』
박씨는 90년 6월 시험방송요원으로 들어선 이래 가족과 명절을 보낸 적이 없다. 또 춘천 본가에 모이는 일곱 남매들도 이제는 박씨를 아예 찾지 않는다. 모범택시기사인 박씨는 지금 서울시내 네곳의 지역방송실 가운데 서북 지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TBS는 지역방송실 소속 2백여명과 일반통신원 4천3백여명이 보내는 현장정보를 모아 내보낸다.
그런데 한달 50여만원이 들어가는 지역방송실 운영비는 소속 통신원 20여명이 추렴해서 메우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박씨의 부담. 방송국측의 지원이 아쉽지만 『시민을 위한 봉사와 교통정보의 첨병이라는 보람으로 해나간다』고 말한다.
통신원 활동중 91년 신정 폭설때 대관령의 교통이 두절되자 걸어다니면서 방송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늘 아래서 자기 혼자만 정보를 독점해서 전한다는 기쁨에 발이 동상에 걸렸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교통에 관해 전문가가 된 박씨는 단속위주의 교통행정과 시민의식의 부족이 상쾌한 흐름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