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돔구장? 11구단 유치? 스포츠 공약의 유혹 [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8일 22시 50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3일 서울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3일 서울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스포츠는 정치의 계절에 어떻게 소비되는가. 정치는 그동안 스포츠를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 선거철마다 선수들의 릴레이 지지 선언과 월드컵이나 프로야구의 인기를 차용하는 이미지 정치, 유세장에 들러리로 동원되는 메달리스트 등 그 양상은 다양했다. 국민의 영웅이 병풍처럼 이용되는 모습에 씁쓸할 때도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도 스포츠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시민의 권리이자 공공재인 스포츠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 크게 중후장대(重厚長大)형과 생활밀착형으로 활용 방식을 나눌 수 있다.

우선 대규모 스케일과 개발 이미지를 앞세우는 중후장대형이다.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의 바닷가 돔형 야구장 공약이 대표적인데, 이에 맞불을 놓은 것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사직구장 재건축과 북항 돔구장 공약이다. 바닷가에서의 야구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돔구장 건립은 부산만의 사례가 아니다. 야구의 인기를 반영하듯 전국적으로 돔구장 추진을 내건 후보가 10여 명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빈약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와 정광열 강원 춘천시장 후보는 아예 춘천에 프로야구 11번째 구단 창단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육동한 춘천시장 후보가 이에 “투 브러더스의 블랙코미디”라고 맞서면서 야구단 유치가 춘천시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두 유권자에게는 꿈처럼 들리는 공약인데, 관련 기사 댓글 중 ‘솔직히 선거 때 정치인들 야구장 공약 안 했으면…’이라는 반응이 눈에 띈다.

이에 비해 생활밀착형 공약은 보다 현실감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스세권’(도보 생활권 내 스포츠 시설 확보) 경쟁 중이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산책로와 하천변을 활용한 체육활동 공간 확충, 공공기관 개방, 생활체육 리그 활성화, 스포츠 바우처 지원 등을 통한 ‘15분 스포츠 생활권’ 구축을 내세웠다. ‘집 근처에서 누구나’라는 점이 돋보인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10분 운동권’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6개 지하철역에서 운영 중인 러닝·피트니스 중심의 ‘펀스테이션’을 25곳으로 늘리고, 시니어를 위한 ‘활력 충전소’를 120곳 조성하겠다고 한다. 건강한 일상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꾀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시설을 지어 놓으면 오게 마련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상징적 성과를 중히 여기는 정치인들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스포츠 공약은 ‘스타디움 하나’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건강, 복지, 젠더, 장애, 노인, 도시 정책, 공공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디테일도 더해져야 한다. 여성 운동시설을 확충한다면 밤길 안전과 아이 돌봄 서비스도 함께 챙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환호와 서커스’보다 일상의 삶을 소박하게 돌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시민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스포츠를 진지하게 대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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