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유예를 종료하되 무주택자가 이날까지 다주택자 주택을 매수하는 계약을 하면 실거주 의무를 최장 2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시장에서 매물이 충분히 소화될 수 있도록 무주택자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당근책까지 제시한 것이다. 4년간 유예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되살려 다주택자의 매물을 압박하는 한편 토지거래허가제 등에 묶인 현실을 감안한 퇴로를 열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풀리고 주택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진·퇴로를 틀어막는 ‘토끼몰이식’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려고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중과했다. 보유도 매각도 어려워져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거나 서울 강남 등의 고가 주택만 남기는 ‘똘똘한 한 채’로 대응했다.
2020년에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가 포함된 임대차 3법이 도입됐다. 그때는 전세금이 단기 급등하고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악순환도 생겼다.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도 최근 “부동산 정책만큼은 우리가 실패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채찍’ 일변도의 규제로 시장을 결코 안정시킬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 뼈아픈 경험이다.
정부는 이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에 이어 등록임대주택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도 축소할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시내 아파트 4만2500가구가 적은 물량이 결코 아니다”라며 임대사업자의 매물을 기대했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만든 제도적 발판을 차례차례 찾아 없애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기존 주택 매물이 많이 나오면 단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택 공급이 급한 역대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와 매물 유도에 매달린 까닭이다. 하지만 ‘두더지 잡기’식 다주택자 규제는 부작용도 낳았다. 매물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팔기 좋은 환경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다. ‘채찍’만으론 안 되는 게 부동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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