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노벨상 수상자도 존경한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 동아일보

대입 정시모집이 지난해 12월 31일 모두 마감됐습니다. 올해도 의대 열풍은 여전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 상당수가 의·치대로 몰렸다는 소식을 들으며, 우리 사회가 기술의 결과만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되묻게 됩니다.

이 질문 앞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이론물리학자로, 20세기 후반 현대 물리학의 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휘소 박사(1935∼1977·사진)입니다.

이휘소는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 경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수석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곧 물리학에 빠져들었고, 전과를 허용하지 않는 서울대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애미대 물리학과에 편입했습니다. 이어 피츠버그대 석사를 거쳐 20대 중반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휘소는 천재 물리학자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와 펜실베이니아대, 뉴욕주립대 등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며 이론물리학자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자연의 힘을 설명하는 이론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약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설명하려 했지만 계산 과정에서 끝없이 커지는 ‘무한대’ 문제로 이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이휘소는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라르뒤스 토프트가 제시한 수학적 해법의 의미를 물리학적으로 명확히 해석하고, 이를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후 발표한 그의 논문은 ‘게이지 이론’의 기준이 됐고 이 성과는 ‘전약 통일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의 토대가 됐습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압두스 살람은 공식 수상 소감에서 이휘소의 공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휘소는 42세라는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6년 그의 업적은 한국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습니다. 오늘날 그의 연구가 더 오래 이어졌다면 노벨상은 물론이고 현대 물리학의 지형을 크게 바꿔 놓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지금의 의대 열풍 자체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회가 오직 ‘안전한 길’만을 제시할 때 누군가는 느리고 불확실한 길인 기초과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선택이 결국 국가의 미래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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