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해 李 첫 방중… 美中 사이 활로 찾을 ‘정초 외교’를

  • 동아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정상 외교로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방중이다. 두 달 전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만남이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내리막이었던 한중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건 상견례 성격이었다면 이번엔 한중 관계를 안정적 발전의 궤도에 올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중은 미중이 군사 안보와 첨단 기술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진다. 미중이 얽힌 민감한 현안에서 이 대통령이 내놓을 입장에 미국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반발해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한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을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수준을 넘어 중국 입장에 경도되는 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한중 협력은 본격화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핵심 원자재의 경우 많게는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부침이 우리 미래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중국 희토류 등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숙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미중 정상회담 계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대화에 나서라고 요청하도록 조율할 수 있다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간 한중 관계는 정부에 따라 널을 뛰었다.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일 땐 미국의 불신을 샀고, 중국과의 불필요한 외교 갈등은 관계 냉각을 불렀다. 이제는 한국이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좌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일관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 이 대통령의 방중은 그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정초(定礎) 외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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