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 3일차 종합토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박은정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선수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심석태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조재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차병직 법률신문 편집인. 뉴시스
법원행정처 주관으로 9∼11일 열린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대법관 증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에 대한 다양한 제언과 우려가 나왔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계엄 후 1년이 지나도록 내란 사건 선고가 1건도 안 나왔고, 구속기간 계산 변경을 내란 사건에 처음 적용해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전제하면서도 “휴먼(사람) 에러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시스템을 고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사법부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동기가 시스템 문제보다는 ‘휴먼’ 요인이라는 점은 여당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가는 발언이다.
우선 위헌 논란을 빚어온 내란전담재판부부터 그런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내란 사건 재판이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재판은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사법의 대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박은정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내란재판부를 두고 “시행을 염두에 둔 게 아닌,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과 경고성으로 보인다”고 한 것도 문 전 권한대행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대폭 증원안을 꺼내 든 건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선 직전에 파기 환송해 선거 개입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은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법부도 상고심 과부하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1, 2심 약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년간 매년 4명씩 증원해 26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이 방안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증원 인원을 포함해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정권에 유리하게 대법관 숫자나 구성을 바꾸려 한다는 뜻의 ‘코트 패킹(court packing)’ 우려가 광범위하게 제기된 것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사법 시스템은 한번 바뀌면 여러 정부에 걸쳐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건 배당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나 기준이 추상적인 법왜곡죄는 정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문 전 권한대행은 “나중에 폭정이 행해질 때, 사법이 폭정을 견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당은 이런 기준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사법개혁 법안들을 신중하고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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