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규진]이제는 정리돼야 할 ‘평화적 두 국가론’

  • 동아일보

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 본심은 자주파에 가깝다지만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단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을 지켜봤다는 게 참모들 전언이다.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두고 “산업부, 노동부 장관이 격렬히 토론할 문제”라던 말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적인 토론과 조율 과정을 통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중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국정과제를 참고해 평화공존 제도화, 공동성장 기반 구축, 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목표와 3대 원칙, 6대 추진 과제가 마련됐다.

‘비핵화’ 단어가 빠지고 북핵 문제가 뒤로 밀린 것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라는 이 대통령 언급과 북한의 비핵화 ‘절대 불가’ 반응을 고려할 때 변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오히려 대북 정책이 최종 확정되는 것을 계기로 정부의 남북 관계 설정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칭되는 ‘평화적 두 국가론’에 관한 얘기다.

통일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3대 목표 중 평화공존 제도화는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 관계’, 즉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장해왔던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남북기본협정을 통해 제도화하자는 의미를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동서독이 서로를 동등한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이 남북기본협정의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첫 번째 대북 목표가 평화적 두 국가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평화적 두 국가론을 두고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는 정 장관과 “남북은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이견이 노출됐다.

평화적 두 국가론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하는 반헌법적 대북 관점이라는 비판에 정 장관은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인) 국가 승인, 그건 공리공담”이라고 반박했다.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의 동방 정책에 따라 서독이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통일로 나아간 것과 유사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견은 정리되지 않았고,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선 북핵 문제 순서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더해 정 장관 말대로 평화적 두 국가론을 정부 입장으로 확정할지, 혹은 그 반대로 할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번에 확정될 대북 정책은 한미 정상의 구애 속에 내년 대화 테이블로 나올지를 고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류(E)와 관계정상화(N), 비핵화(D)로 구성된 대북 ‘엔드(E.N.D) 구상’을 두고 정부에서조차 “순차적인 것”과 “상호 추동 관계”라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던 것처럼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이 또다시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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