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양국 재무·통상 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2+2’ 형태로 이번 주 시작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란히 미국을 방문해 24, 25일경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고위급 통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 페이스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앞서 지난주 열린 미일 관세 협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전 조율도 없이 직접 참석해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 대일 무역적자 해소, 미국산 자동차 판매 확대 등을 요구했다. 첫 협상부터 관세와 안보를 연계한 ‘원스톱 쇼핑’ 의지를 재차 드러내며 일본을 압박한 것이다. 일본과 경제·산업 구조, 안보 상황 등이 비슷한 한국에도 유사한 요구를 할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는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투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순순히 양해해 줄지는 의문이다. 관세 유예 기간 내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적극 알려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미루도록 설득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한국의 방위비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로 다른 동맹국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내세울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한 관세 전쟁은 예상보다 강경한 중국의 반격과 금융시장 혼란, 자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 격화 등 전방위 역풍을 맞고 있다. 구체적 성과를 내려고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돌발 언행과 변칙으로 판을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 협상도 미국 측 제안으로 ‘2+2’ 회담으로 확대됐는데, 협상 판을 키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로 읽힌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의 직접 등판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별로 정교한 전략을 세워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관세 전쟁의 충격으로 한국 경제는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관세 협상은 국내 수출 산업과 내수 경기, 대외 신인도 등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이 될 것이다. 대미 협상에 적극 임하되 시시각각 변하는 협상 조건과 미국 내부 반발 등의 형세를 따져가며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트럼프의 변칙적 무역 공세에 조바심과 과욕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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