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고운사 국가보물 가운루-연수전… 깨진 범종만 덩그러니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전날 산불에 휩쓸려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에 깨진 범종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이번 화재로 국가유산 보물인 목조건축물 가운루와 연수전을 포함해 고운사 내 건물 30채 가운데 21채가 전소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해 천년사찰로 불린다. 의성=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영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괴물 산불’로 화력을 키우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덕 영양으로 번지면서 22명의 사망자를 냈다. 앞서 21일 발생한 경남 산청 산불 사망자 4명을 포함하면 이번 산불로 숨진 사람은 26명으로 사상 최악이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까지 넘었고, 22일 시작돼 잡히는가 싶던 울산 온양 산불도 경남 양산으로 번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국내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모두 성묘객 등의 실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진화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강풍특보에 건조특보까지 발효된 가운데 꺼졌다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산불에 속수무책이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불꽃이 북한 방사포처럼 날아와 마을 전체를 순식간에 뒤덮었다”고 한다. 불똥이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날아와 큰불을 내는 데다 주민 대다수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와 통신이 끊겨 마을 이장과 공무원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대피시키고 있다고 한다. 불길이 강원 일대로 북상 중인 만큼 선제적인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산불이 장기화함에 따라 진화대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의성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고 밤낮으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부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진압장비 부족을 호소한다.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대형 헬기는 5대뿐이며 중소형 헬기들도 상당수가 부품 조달이 안 돼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비 소식은 27일에야 있는 데다 강수량이 적을 것이라는 예보다.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사나운 불길을 잡고, 2만7000명 넘는 이재민 지원과 주택 문화재 사찰 등 건물 207곳의 피해 복구에 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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