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세형]韓 ‘마지막 미수교국’에 주목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1일 23시 18분


이세형 국제부장
이세형 국제부장
마지막 미수교국 시리아와의 수교를 위한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시리아는 유엔 회원국 중 북한을 제외하고 한국이 유일하게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던 나라다. 하지만 정부는 18일 시리아와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내용의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시리아도 한국과의 수교를 위한 내부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이제 남은 절차는 한국과 시리아 측이 만나 외교 공한(공적 서한)을 교환하는 것뿐이다. 196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친북 국가, 나아가 ‘북한의 형제국’으로 통하던 시리아와의 수교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시리아 재건에 뛰어든 중동 산유국

한국에선 외교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 밖에선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3년간의 내전을 경험한 시리아의 경제 재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동 대표 산유국들이 최근 같은 아랍 국가인 시리아 경제 재건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우디 싱크탱크 걸프리서치센터(GRC)에 따르면 카타르는 시리아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공공부문 종사자 임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카타르는 자국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중간 거점으로 시리아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시리아를 방문하는 해외 기업인과 외교관들이 주로 묵는 수도 다마스쿠스의 포시즌스호텔에는 중동 산유국들의 베이스캠프도 가동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 카타르는 각각 이 호텔의 한 층을 통째로 임차해 다양한 외교 및 경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동 산유국들은 유럽, 지중해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시리아를 지정학적 요충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정세 안정화와 자국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중동 산유국들이 앞으로 시리아에서 다양한 경제 재건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와 UAE는 시리아에 대한 경제 재건 지원이 안보 및 종파 측면에서 경쟁 관계인 이란의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시킨 시리아 과도정부가 미국,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경제 재건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아흐마드 알 샤라 임시 대통령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적대 관계인 미국, 이스라엘과의 관계 복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 때 밀착했던 이란과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을 적대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경제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시리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고질적인 종파 갈등의 해결 기미가 아직 안 보인다. 이달 초에는 아사드 정권 지지 세력과 과도정부 군대 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1970년대부터 세습독재와 폐쇄정책을 경험했고, 13년간의 내전을 겪은 나라에서 예상보다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시리아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성장 노하우’에 목말라

중동 전문가들은 미수교국이었음에도 시리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수교 협상 과정에서도 시리아 측 인사들이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보건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시리아와의 수교를 준비하면서 내전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제 재건에 나서려는 이 나라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장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고민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시리아가 마지막 미수교국, 60여 년간 친북 국가였다는 점 때문에 한국의 이런 노력은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또 국제사회에서도 더욱 특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리아#외교 관계#중동 산유국#경제 재건#다마스쿠스#성장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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