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손짓에 北 미사일 응수… 韓엔 ‘위험한 밀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6일 23시 27분


북한이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해상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전날 진행했다며 이를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 억제 수단들이 철저히 완비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한미 공군의 쌍매훈련 등 최근 진행된 연합훈련들을 비난하며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거부하는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 대응하는 것만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와 대미 비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라고 부르고 급기야 23일엔 ‘김정은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단 낮은 수준의 도발과 비난으로 응수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는 노림수로 읽힌다. 미국을 향해 북한의 핵 보유 인정, 나아가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먼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받아넘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친분 과시를 넘어 적극적인 대화 재개 의사를 나타낸 것은 꽤나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북핵 문제는 사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었고, 김정은도 “대미 협상에서 갈 데까지 가봤다”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공세는 사실상 러시아 측에 보내는 신호라는 분석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과의 거래 가능성을 지렛대로 러시아 측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어쨌든 북-미 간 밀고 당기기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런 미묘한 미-러, 북-미 간 동향 속에 정작 괴로운 것은 한국의 처지다. 당장 북-미 간 신경전이 한창인데도 리더십 부재의 한국은 먼발치에서 구경만 해야 하는 신세다. 지금의 ‘밀당’이 어느 순간 위험한 거래로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 미군 전력 배치에 대한 재평가를 예고했는데, 당장 주한미군은 그 핵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선 더는 탄핵 정국의 혼란을 핑계로 미적거릴 수 없게 됐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동맹 간 정책 조율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손짓#북한#미사일#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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