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공무원 근무여건 만들자[기고/이상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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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외국 관공서에서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처럼 친절하고 빠르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에서 나무늘보가 나오는 장면은 영미권 국민이 느끼는 답답함을 풍자한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들이 범죄 차량의 차적조회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시청을 방문한다. 답답하리만큼 더딘 속도로 동료와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서류를 발급해 준다. 서류를 받고 나니 이미 밤이 되어버린다.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웬만한 행정서비스는 24시간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것은 물론 구비서류 제로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직장인, 학생 등을 위한 ‘야간 민원실’, 시골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민원실’도 운영한다. 대한민국 행정서비스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악성 민원으로 인해 최일선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공직사회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의 공직 이탈은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2배 이상인 1만3321명으로 급증했다. 젊은 열정으로 정부세종청사의 밤을 밝히던 중앙부처 공무원은 민간 기업으로 떠나고, 지역 일꾼인 지방공무원은 낮은 보수와 일부 민원인의 도를 넘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공직을 이탈하고 있다.

공직의 매력이 떨어지고 우수 인재의 유출이 계속된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올 3월 민생 현장 최일선에서 공무원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승진에 필요한 최소 기간을 줄여 우수한 성과를 낸 공무원은 빠른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난안전분야 공무원에 대한 승진 혜택도 확대한다. 6급 이하 국가공무원 2000여 명의 직급을 상향하고, 6급으로의 근속 승진 기회도 확대할 예정이다. 공무원의 직무경력을 대학(원)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무경력 학점인정제를 도입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급식비 등 경비도 현실화한다.

또한 17개 기관이 참여한 TF를 운영하여 민원 공무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4월 중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원인의 권리는 보장하되, 위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하여 악성 민원을 근절하고자 한다. 물론 이런 대책만으로 공무원의 사기나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직 내 잘못된 관행과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적정한 보수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공무원 헌장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라고 시작한다. 정부는 젊은 공무원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되찾고, 신명나게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민원실에 걸린 ‘공무원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문구처럼, 민원 공무원이 언제나 존중받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성원도 부탁드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공무원#근무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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