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우리가 누리는 깨끗한 공기와 물, 풍요로운 먹거리와 안전한 삶은 모두 건강한 생태계 위에서 가능하다. 생물다양성은 자연 보호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삶과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그동안 생물다양성 보전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일종의 윤리적 의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인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지금,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자연 보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강한 생태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자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연자본’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숲과 습지, 바다는 지구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거대한 탄소 흡수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숲과 토양 등을 활용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며 갯벌을 지키는 일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후위기 대응책이다.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일수록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홍수나 가뭄 같은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힘도 커진다.
특히 우리에게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 자산인 비무장지대(DMZ)가 있다. 지난 70여 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DMZ는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이자 거대한 탄소 흡수원으로 자리 잡았다. DMZ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 평화적이고 환경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제사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30X30’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부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과 같이 국내 우수 생태계를 신규 보호구역으로 적극 발굴·지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생태계를 보호하고 국토의 생태적 연결성을 강화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전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2021년 6월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은 생물다양성에 관한 재무 정보 공개 기준 수립을 위해 자연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NFD)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자연이 더 이상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중요한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기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 훼손에 따른 위험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자연자본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공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곧 기업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대전환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은 시혜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다가오는 기후위기와 자연자본 시대의 경제적 생존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역사회와 함께 우리의 산, 들, 바다가 가진 생태적 가치를 지켜 나가려 한다. 자연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우리 미래와 경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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