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세대 나이스’ 오류 속출… 공공 SW 대기업 참여 막은 예고된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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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억 원을 들여 21일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서 접속이나 자료 이관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오류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표가 인쇄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 문항을 수정하거나 시험 일정을 변경하는 등 학교 행정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시스템 교체를 진행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6월 말은 수행평가 입력, 기말고사 준비 등으로 학교 업무가 과중되는 시기다.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방학이 아닌 학기 말에 급하게 개통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개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과 개통 전 사전 점검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조속히 원인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안정시켜 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론 지난 10년 동안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막아 빚어진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019년부터 네 차례나 요청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결국 2021년부터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이 개발한 대형 공공 SW 시스템이 시작부터 먹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온라인 개학 때 시스템 과부하로 접속 오류가 이어졌다. 2021년엔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이 불통이 됐고,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의 오류로 행정업무가 마비됐다. 이때마다 정부는 뒤늦게 대기업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공공 SW 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된 것은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중견·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지금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중견기업들은 더 성장할 유인이 없고, 국내 수주 실적이 없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대기업 참여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는 중견·중소기업과 상생하면서도 공공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나이스#n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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