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6년 만의 최장 무역적자… 에너지·자원 수입구조도 손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일 00시 00분


코멘트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2023.4.2/뉴스1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2023.4.2/뉴스1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가 또 적자를 냄에 따라 15개월 연속으로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섰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까지 29개월간 이어진 장기 적자 이후 26년 만에 가장 긴 무역적자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늦어지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까지 둔화되고 있어 정부의 올해 연간 ‘수출 플러스’ 목표 달성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1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치솟았던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가격이 20% 넘게 하락하면서 5월 한국의 수입액은 작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36.2%나 줄어드는 등 전체 수출이 15.2%의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무역수지는 21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적자를 냈다. 올해 1월 125억3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긴 했지만 누적적자 규모는 273억46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올해 연간 무역적자를 353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앞으로도 상당 규모의 추가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경제패권 전쟁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변화로 한국이 예전의 무역흑자 기조를 되찾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수출 중 가장 큰 몫은 해외 진출 한국 대기업에 공급하는 한국산 부품, 반제품이다. 지난해 베트남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부상한 이유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선 중국산의 품질 개선,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 등으로 한국 제품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은 보조금 등의 조건을 걸어 미국 안에서 조립, 판매하는 전기차에 미국산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부품·원료 비중을 대폭 높이라고 요구한다. 모두 수출 확대의 장애 요인들이다.

단지 강하게 수출 드라이브를 거는 것만으로 이런 구조적 변화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원자재와 소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산업 구조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같은 자원 빈국이라도 일본은 민간 종합상사들이 해외에서 에너지·광물·식량을 장기적으로 개발해 수입 가격을 안정시키고, 무역수지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 경제 복원력의 주요 동인 중 하나다. 한국 제조업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도 단계적으로 바꿔 대외 의존성을 줄여 가야 한다.
#한국#무역수지#적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