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이 南 핵 공격 땐 美 핵 보복’… 문서 이상 실질적 담보 합의를

미국 해군태평양사령부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2’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최근 트라이던트2에 저위력 핵탄두 W76-2가 장착됐던 점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핵 억제력 과시를 위해 시험 발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해군태평양사령부 제공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도 핵을 사용한다는 ‘보복 대응’ 내용을 한미 양국이 별도의 공동문서에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이런 내용의 문서가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될지 주목된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는 반도체, 전기차, 원전 협력 같은 핵심 경제안보 분야의 현안과 함께 양국이 풀어내야 할 핵심 의제로 꼽혀 왔다.

미국의 ‘핵 보복’ 명문화가 확정될 경우, 이는 한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핵우산 강화 의지를 양국 정상이 추인하는 공식 문서를 통해 대내외에 확약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국은 핵 억제의 공동 기획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장관급 상설 협의체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 등 원론적 공언을 해 왔다. 북한이 그런 미국에 보란 듯 핵개발을 지속하면서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국내 여론은 전례 없이 높아져 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높아진 안보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시사 및 대만 발언으로 한국과 러시아, 중국과의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악화 일로다. 러시아는 북한에 최신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노골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를 틈타 오판하지 않게 할 관건은 문서를 넘어선 억제책의 실효성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고위급 상설 협의체 구성을 비롯해 한국의 참여 확대 및 공동 기획을 담보할 구체적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분야 외에 경제, 기술, 우주, 사이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된다. 70주년을 맞는 양국 동맹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쌍방 협력 관계로 진화해 나가고 있음을 천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철통같은 공조 속에 한반도의 안보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논의의 기본 바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