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 시한폭탄’ 부동산PF… 2금융권 ‘위험 노출’만 200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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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 비(非)은행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부동산 PF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7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로 늘었다. 이 중 74%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쏠려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PF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은행과 달리 사업 다각화에 나선 제2금융권이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 국면에서 PF 대출을 대폭 늘린 탓이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지난해 말 2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4년 새 2배가량 급증한 규모다. 금융연구원은 부동산 PF 대출과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합산해 이를 추정했다. 그나마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위주로 PF 사업에 나섰지만 자본 여력이 낮은 제2금융권은 상업용 부동산 사업이 많아 부실 위험이 더 높다. 분양률이 낮은 고위험 사업장의 대출 비중이 저축은행은 30%, 증권사는 24%나 된다.

SVB 사태 이전부터 부동산 PF 시장은 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비 상승 등 각종 악재에 노출돼 부실 우려를 키워 왔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이미 7만 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유럽발 은행 위기가 불러온 금융 불안은 잠재돼 있던 부실 위험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고조되던 부동산 PF에 대한 경각심이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여파로 느슨해졌다. 금융 부문은 조그마한 균열이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만큼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부동산 PF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계에 이른 PF 사업장을 조기에 구조조정하는 한편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마련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자본시장 대혼란을 초래한 레고랜드 사태의 늑장 대응이 재연돼서는 안 될 것이다.
#svb 파산#세계 금융시장 불안#부동산pf#부실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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