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3불 1한’ 족쇄 과감히 끊어내라[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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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사드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성주=뉴스1
지난해 5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사드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성주=뉴스1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벌인 대만 봉쇄 훈련은 무력시위를 넘어 힘에 의한 현상 변경도 불사하겠다는 협박과 다름없었다. 대만 상공 너머로 미사일을 날려 보내고, 미일 군함을 모의 공격하는 등 훈련 수위도 ‘레드라인(금지선)’을 훌쩍 넘어섰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무력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모험주의는 대만이 우크라이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중국 지도부도 다분히 충격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약자를 본보기로 삼아서 다른 나라들에 경고장을 날리는 것은 중국식 강압외교의 전형적 수법이다. 필리핀이 1992년 클라크 미 공군기지와 수비크만 미 해군기지를 폐쇄하자 2년 뒤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필리핀이 통제하던 암초들을 점령한 게 대표적 사례다. 국제법과 협정,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독점하려고 대규모 군사훈련 등 실력 행사를 멈추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내 패권 장악을 위한 중국의 ‘완력외교’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밝혔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중단 등 ‘사드 3불(不)’에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까지 포함시켜 대한(對韓)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중국이 ‘사드 공세’를 집요하게 펼치는 저의는 불 보듯 뻔하다. 사드가 한중 갈등의 주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 한국 정부를 길들이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힘을 앞세운 중화굴기의 최대 걸림돌인 미국 주도의 역내 안보협력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도 훤히 보인다.

중국의 ‘사드 노림수’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국내 진보진영 학자와 전문가, 반대 단체들은 사드를 한중 갈등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사드 배치가 외교안보적 실기(失機)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사드가 중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중국의 주장을 두둔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하지만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대중 위협과 무관하다는 것이 ‘팩트(fact)’다. 중국 내 주요 기지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성주기지의 사드로 요격할 수도 없고, ICBM의 비행경로도 한반도를 한참 벗어난다. 사드 레이더를 8시간마다 전진모드(최대 2000km)로 변경해 중국 쪽을 향하게 할 경우 북한 미사일 요격 능력은 없어진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의 첨단 센서들이 사드 레이더가 어떤 모드로 작동되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를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을 북-중 국경에 배치 중이고 사드보다 뛰어난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도 갖고 있다. 중국의 사드 3불 1한 요구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전수하고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20여 년에 걸친 핵·미사일 도발에도 대북제재의 방패막이가 되어준 중국을 뒷배 삼아 북한은 핵 무력을 고도화해 한미를 상대로 핵 도박을 이어가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대미 견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적인 국제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2020년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의 한국판 특별서문에서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군의 발을 묶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한편 한미 관계를 바꿀 여지가 생기는 등 중국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의 최소한의 방어 수단인 사드를 걸고넘어지는 중국의 행태를 더는 방관해선 안 된다고 필자는 본다. 북한의 핵 위협이 임계점을 넘는 등 한반도 유사시 사드의 추가 배치나 그 이상의 방어 전력을 전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주권이자 한미동맹의 결정사항이지 중국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시 주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사드 3불 1한의 공식 폐기를 선언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 폭주’를 저지하는 데 중국의 단호한 태도가 첩경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도 ‘사드 공세’를 중단하고 냉정과 절제를 찾아야 한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갉아먹는 최대 리스크는 사드가 아니라 북한의 핵 고도화라는 점을 중국 지도부가 직시하길 바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중국#사드#3불 1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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