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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김기용]무엇이 대만을 인내하게 만드나

입력 2022-08-08 03:00업데이트 2022-08-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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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봉쇄’ 모든 훈련 내용 도발적
‘동맹’, ‘국익’에 대한 강한 공감대로 버텨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대만이 ‘처절한 인내’를 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3일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곧바로 ‘대만 봉쇄’ 훈련에 돌입해 대만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중국의 각종 도발에도 대만군은 ‘싸움을 유발하지 않는다(不求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인내했다. 대만 주민들도 사재기나 혼란 없이 평온하게 일상을 유지했다. 중국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지인은 “만약 대만군이 중국군을 향해 총 한 발만 쏴도 중국군이 융단 폭격으로 대응할 텐데 (대만이) 지독하게 버틴다”고 말했다. 압도적 군사력 차이 때문에 대만이 움직일 엄두조차 못 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70년 이상 대치하며 버텨 온 대만이다. 군사력 차이를 겁냈다면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 대만에서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에 대한 믿음과 ‘인내가 곧 국익’이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대만의 입장에서 중국의 도발은 충분히 모욕적이었다.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4일 오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둥펑(東風·DF)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이 대만 상공을 지나갔다. 이 가운데 최소 1발 이상이 수도이자 제1도시인 타이베이를 관통해 날아갔다.

‘중간선 무력화’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에는 두 지역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이 있다. 대만해협은 폭이 좁은 곳은 130k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1950년대 이후 중간선을 넘는 것은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행동으로 간주됐고, 중국과 대만 모두 이 선을 암묵적으로 지켜 왔다. 대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은 4∼7일 군사훈련에서 공군기 100여 대, 함정 30여 대가 이 중간선을 넘었다. 대만은 “중국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고만 발표했다.

중국군은 대만의 영해까지도 들어왔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대만의 영해는 곧 중국의 영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할 리 없는 대만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중국은 6일 한 중국군 병사가 중국 함정 갑판에서 대만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만 해안선과 산맥이 보일 정도로 대만에 접근한 사진이다. 지난해 4월 미군 구축함 지휘관이 함교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맞은편에서 대치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에 굴욕을 안긴 것이다.

비록 중국군에 직접 대응은 아니지만 대만은 중국군의 훈련 기간을 피해 9일부터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5일부터 공격용 헬기, 전차, 장갑차 등을 동원해 사격 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군사훈련을 종료하더라도 이 같은 종류의 대만 압박을 일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고, 대만 영해 근처에 중국 함정들이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미군 함정들이 조만간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공산주의 국가와 전쟁을 치렀고, 현재도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만의 상황은 한국과 유사하다. 그래서 중국의 대만 압박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미국과 동맹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위기 상황에 맞서 ‘국익’이라는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등이 그것이다. 대만을 보면 우리의 답이 나올 수도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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