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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생산·투자·소비 26개월 만에 동시 감소, 성장엔진 꺼지나

입력 2022-06-01 00:00업데이트 2022-06-0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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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생산과 투자, 소비가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감소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7% 줄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투자와 소비도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이다.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과 가계에 닥친 위기로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지표에 대해 통계청은 “경기 회복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경기는 이미 불황의 터널 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철근과 레미콘을 조달하지 못해 공사장 문을 닫고 있고, 조선업체들은 수주를 해놓고도 급등한 자재 값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가계는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1만 원으로 냉면 한 그릇도 사먹기 어렵고,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계부 쓰기가 겁날 지경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물가 상승, 소비 및 투자 위축, 경기 부진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인플레이션이 경기에 부정적이라고 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5%대 물가를 우려하면서도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리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물가와 성장대책 중 한쪽에 비중을 더 두기 힘든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실제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빨리 올리면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부실해지는 반면 경기를 살리려고 지출을 대폭 늘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 안정과 성장동력 확충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당국이 눈치만 보다가 실기한다면 고물가 상황에서 경기가 추락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크다. 점진적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으로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달 발표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에 이런 내용을 포함해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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