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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진정한 K컬처 육성 위해선 문화예술계 양극화 해결해야[광화문에서/김정은]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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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문화부 차장
2022년 5월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뉴스가 쏟아진 한 달이었다. 한국 배우 사상 첫 국제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강수연, 시인 김지하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 데 이어 ‘큰 별’들이 다진 문화토양을 더 높게 쌓아올린 후배 예술인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배우 송강호 등이 출연한 영화 ‘브로커’가 초청됐고, 비경쟁 부문 역시 3편의 한국영화가 연달아 초청되면서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을 자랑했다.

세계를 사로잡는 K콘텐츠의 활약 이면에는 양극화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현실이 존재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5일 발표한 ‘2021 문예예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국내 문화예술 활동 건수는 2만9735건으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51.3%)에 그쳤다. 특히 공연예술은 전년 대비 약 70%, 시각예술은 약 60% 감소해 예술 분야 관련자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짐작하게 했다.

얼마 전 만난 50대 연극배우 A 씨는 생계를 위해 지난해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극장 내 ‘객석 띄어 앉기’가 시행되면서 공연 수익이 반 토막 나자 극단들의 공연 작품 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그는 “배고픈 연극무대만 고집했던 것이 후회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징어게임’의 활약,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들이 이룬 눈부신 성취를 접할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한탄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연극은 왜 가난한 예술일까요?”

공연 분야를 담당하며 영상매체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이 이따금씩 연극무대를 찾는 경우를 꽤 봤다. 연극에 도전한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연기 공부를 하고 싶었다”거나 “연기 내공을 쌓고 싶다”고 답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해 받는 출연료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출연료를 받아가면서 말이다. ‘연기의 기초예술’이라고 불리는 연극무대에선 그만큼 배우고 채워 나갈 부분이 많다는 말이기도 했다.

칸에서 한국 남자 배우 사상 첫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우 송강호도 1991년 극단 연우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한국 배우 사상 첫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오영수 역시 극단 광장 및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약한 연극배우 출신이다. 어쩌면 훗날 ‘제2의 오영수’ ‘제2의 송강호’라고 불릴 미래의 K스타는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며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고 있을 누군가가 아닐까.

이달 16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문화예술 정책의 설계는 그 세계와 거기에 속한 분들을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컬처의 활약 속 양극화된 국내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장관을 임명하며 ‘K컬처 육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K컬처 육성을 위해선 기초문화예술에서 탄탄한 토대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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