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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171년 이어진 엑스포, 건축 변화를 말하다[임형남·노은주의 혁신을 짓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입력 2022-04-12 03:00업데이트 2022-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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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문훈이 설계한 2020 두바이 엑스포의 한국관. 경사면에서 회전하는 색색의 큐브들은 스탠드에 앉아있는 군중이 매스게임을 하는 듯하다. 다리 위로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측면 모습. 사진 출처 웹진 아키데일리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앓는 동안 여러 국제 행사들이 취소되고 연기됐다. 대표적으로 일본 도쿄 올림픽이 논란 끝에 2021년 어렵게 개막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응원할 관중이 없거나 제한적으로 허용돼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워지지 못하고 무척 정숙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다. 예술계 대표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도 역시 1년 연기한 후에 개최됐다.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리는 역사 깊은 ‘세계박람회(EXPO)’ 역시 1년 늦은 2021년 10월 1일 두바이에서 개막했고 올해 3월 31일 폐막되었다. 엑스포 행사는 사실 각국의 건축 경연대회 같은 성격이 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자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개성 있게 짓는다.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처럼 한시적인 가설 건축물이고, 사람이 주거하거나 사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전시하고 홍보하기 위한 건축물이므로 기능에 대해 좀 더 유연하고 구조나 형태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2020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은 건축가 문훈이 공모에 당선되어 설계했다. 뜨거운 사막의 기후에 대비한 그늘을 만들고 내부를 외부와 경계 없이 개방하며, 경사진 정면에는 강렬한 색상의 큐브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상이다. 그 경사면에는 다리가 놓여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 다닌다. 회전하는 큐브는 스탠드에 앉아 있는 군중이 매스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디지털화된 코드들이 질서정연하게 표면을 덮은 것 같기도 하다.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며 한국적인 모습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증강현실을 통한 가상체험이라든가 한국의 전통문화나 한류 관련 상품 등 전시 내용도 무척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엑스포 건축은 말하자면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이는 건축이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엑스포를 우리는 만국박람회라는 이름으로도 알고 있다. 그 시대와 국가를 상징하는 새로운 문물이 전시되고, 앞으로의 산업 발전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각국이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행사다. 1851년 런던박람회의 증기기관차,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의 전화기, 1878년 파리박람회의 전구와 축음기(에디슨 출품) 등 인간의 삶을 전환한 역사적 물건들이 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며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새로운 상품들은 등장하자마자 세상과 바로 접속하고 정보를 교류하게 되었다. 5년마다 열리는 엑스포는 시간적으로도 느리고 물적 한계가 있어 그 영향이 예전 같지 않다. 말하자면 19세기 근대의 상징탑과도 같은 그런 행사가 되었다.

엑스포는 ‘Exposition internationale’의 준말이다. 그리고 엑스포 하면 가장 크게 기억되는 건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1851년 1회 엑스포의 주 건물이었던 조지프 팩스턴의 수정궁(Crystal Palace)이고, 또 하나는 파리 엑스포 때 만들어진 귀스타브 에펠의 에펠탑이다.

사실 팩스턴은 건축가가 아니라 조경가였다. 그는 온실을 만들었던 경험으로 그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이 큰 건물인 수정궁을 만든 것이다. 길이가 최대 564m, 내부 높이가 39m나 되는 축구장 18개를 더한 크기로 철과 유리, 나무만을 사용했다. 판유리 최대 크기를 적용한 7m짜리 격자를 기본 단위로 한 조립식 구성으로 단 5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즉 유리와 철이라는 재료를 대형 건축물의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에펠 역시 건축가라기보다는 교량기술자였다. 그는 수많은 철교를 건설한 경험과 뉴욕 자유여신상의 철골구조를 제작한 기술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하늘을 향해 솟은 수직구조의 철탑을 구상했다. 에펠탑은 건설될 당시의 높이가 약 300m로 당대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회 만국박람회에 설치된 수정궁. 최대 길이 564m, 내부 높이 39m로 축구장 18개를 합한 규모로 지어졌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수정궁은 1936년 화재로 소실됐고, 에펠탑은 당초 20년 후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반대로 인해 송신탑 등으로 활용되면서 파리와 프랑스를 상징하는 최고의 건축물로 남게 됐다. 수정궁이나 에펠탑은 공통적으로 지을 당시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현대 디자인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윌리엄 모리스는 아트 앤드 크래프트 운동으로 유명하다. 조악한 대량생산품에 대한 반기를 들고, 인간적인 디자인과 수공예 정신을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호응했다. 그는 특히 산업화를 대표하는 박람회의 상징이자, 그곳에 전시되던 상품들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재료들을 기계적으로 반복 조립해 건설한 수정궁을 무척 경멸했다.

에펠탑 또한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소설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이지 않도록 집의 창문을 반대쪽으로 내고,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의 1층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대량생산과 급격한 도시화로 많은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던 때, 지식인들이 기계로 인한 인간성 상실에 대하여 우려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 흐름에 올라탔다. 조악함은 시간이 지나며 ‘모던함’이라는 스타일로 변화해 현대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런 갈등과 조정을 거쳐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는 변증법적 진행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지구의 자정작용인 듯 성장통인 듯, 온 세계가 2년 동안 열병을 앓고 난 후 세상은 많이 바뀔 것이다. 이즈음 패러다임을 전환해 주는 새로움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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