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송평인]푸틴의 核 위협

입력 2022-03-01 03:00업데이트 2022-03-02 10:5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탄(악마) 2’라고 불리는 러시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있다. 프랑스 크기 정도의 국가는 한 방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사탄이라는 무시무시한 코드명을 붙였다. 러시아에서는 ‘RS-28 사르마트’라고 불린다. 블라디미르함은 스텔스 전략핵잠수함으로 수중발사 ICBM 20기를 싣고 수심 400m까지 내려가 잠항할 수 있다. 장거리 전략핵폭격기 투폴레프-160은 이륙 중량이 270t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항공기이면서 가장 빨리 나는 전폭기로 통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해체 이후 상호 합의로 전략무기를 감축해 왔다. 1991년 최초로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했다. 2010년에는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했고 지난해 5년 재연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략무기의 수를 줄이는 대신 전략무기를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협정을 우회했다. 2018년에도 최신형 전략무기 6종류를 공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사탄 2’이다. 극초음속 미사일로 지상발사용인 아방가르드와 공중발사용인 킨잘도 그때 공개한 전략무기다.

▷‘사탄 2’와 같은 전략핵무기는 실제 사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억지력으로 존재한다. 그나마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전술핵무기다. 전술핵무기는 보통 20kt 이하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소형이라고 하지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각각 15kt과 21kt이었으니 전술핵무기라도 위력은 엄청나다.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실어 나르는 대표적 신형 발사체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이다. 불규칙 기동이 특징으로 북한도 비슷한 것을 개발했다.

▷소련 해체 이후의 러시아는 체첸이나 조지아를 침공할 때 재래식 군사력으로 싸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유사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술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쪽으로 군사작전계획의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재래식 군사력만으로 신속한 점령에 난항을 겪자 핵무기 운용 부대에 ‘특별 경계’ 태세 돌입을 명령했다.

▷작계가 어떠하든 푸틴이 말짱한 정신이라면 함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푸틴의 정신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래 마초적인 데다 20년 넘게 장기집권하면서 권력이 무소불위 수준으로 커지자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에 빠져 판단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참모들이 견제할 수 있으면 다행이나 독재자 곁에는 늘 독재자를 거스르지 않는 참모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