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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국장
입력 2022-02-15 03:00업데이트 2022-02-1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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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은 2월 14일이면 초콜릿도 생각나지만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면 ‘밸런타인데이 학살’도 생각날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하고 처절하게 헤어지는 것 말고) 1929년 2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암흑가의 단체 살인 사건인데, 당시 금주법 때문에 밀수업으로 떠오른 갱단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시기를 그린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급되는 일인데 이 사건을 계기로 전설적인 갱 두목 알 카포네가 떠오르기도 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87년 명작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은 이미 카포네가 시카고 최고 두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1930년을 배경으로 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알 카포네도 당연히 인상적이지만, 그를 잡으러 나선 연방 수사관 엘리엇 네스 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와 그 휘하의 신참 경찰 조지 스톤 역을 맡은 앤디 가르시아, 워싱턴에서 파견된 회계 전문가 오스카 월리스 역을 맡은 찰스 마틴 스미스, 그리고 누구보다도 베테랑 순경 짐 멀론 역을 맡은 숀 코너리가 인상적이다.

‘술이 뭐 어때서? 우린 사람들이 원하는 걸 공급할 뿐’이라며 시카고 경찰과 법조계에 대대적으로 뇌물을 주고 있는 카포네 일당은 무법천지에서 활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네스의 금주법 위반 단속반은 뇌물을 받지 않아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 뜻의 ‘Untouchables’ 별명이 붙는다.

어떤 동네 가게 주인이 갱이 강권하는 맥주 공급을 사절하자 폭탄으로 보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어린 소녀가 희생되기도 한다. 당시 스타일리시하고 유머러스하기로 알려졌던 알 카포네와 그의 조직의 실체가 얼마나 잔혹하고 악랄한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처음에 경찰 내부의 부패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네스에게 멀론이 합류하기 전에 내세운 것 중의 하나가 지금은 유명해진 데이비드 매밋 각본의 대사다. “그들이 칼을 뽑으면 자네는 총을 뽑고, 그들이 자네 사람을 병원에 보내면 자네는 그들 중 한 명을 시체안치소로 보낸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악당들을 상대할 때는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멀론은 ‘어떤 각오로 임하냐’고 묻는다.

유명한 역사적인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포네는 온갖 폭력적인 만행을 저지르고도 안 잡히다가, 연방 수사관들이 수년간 세금 신고를 안 했다는 혐의로 잡아 끌어낼 수 있었다. 결국 총과 칼은 둘째였고 지능으로 이긴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기까지 영화는 엔니오 모리코네 특유의 음악을 가미한 액션과 드라마로 가득하다. 기차역에서 아기가 든 유모차가 계단으로 굴러 내려가는 가운데 벌어지는 총 싸움 장면 하나만으로도 볼만하다 하겠다.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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