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폐수사” 尹 후보가 꺼내들기엔 스스로 쑥스럽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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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일보DB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을 놓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의 발언 중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은 구체적인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여지까지 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년 2개월, 검찰총장으로 1년 8개월간 주요 수사를 지휘했다.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한 대응으로 적폐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가 맡았던 책무다. 수사해야 할 적폐가 있다면 상당 부분은 윤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 더구나 그가 지휘한 적폐청산 수사의 방식 등에 대해 무리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 수사 피로감까지 쌓여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윤 후보가 먼저 나서서 “적폐청산” 운운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윤 후보는 어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현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공언한 마당에, 없는 일이 되기는 어렵다. 과거 검찰의 행태를 고려할 때 윤 후보가 집권하면, 굳이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암묵적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런저런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이지만, 권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하는 수사는 정치·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윤 후보는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윤우진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있다. 장모는 통장 잔액 위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 후보는 자신의 주변부터 둘러봐야 한다.

권력기관이나 수사기관에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부패 범죄를 처단하는 쪽이 ‘깨끗한 손’이어야만 “왜 나만 잡느냐”는 반발이 생기지 않는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 후보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적폐수사를 당당하게 말하려면 윤 후보 본인과 가족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의혹을 먼저 깔끔하게 해소해야 한다.
#윤석열#문재인 정부#적폐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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