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은 이자 부담에 허리 휘는데 보너스 잔치 바쁜 금융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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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은행권의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차이, 즉 예대금리차가 2.21%로 2019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적금 금리는 조금만 올린 탓이다. 이에 따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작년 순이익은 15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순이익이 급증하자 금융회사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4대 은행은 기본급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보험업계 상위 업체들은 연봉의 30% 이상을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다. 카드업계와 증권업계도 성과급 풍년이다.

노력을 통해 좋은 실적을 낸 임직원들에게 기업이 높은 보상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최근 금융권 호실적은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은행 실적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인 대출 증가는 집값 폭등으로 2030청년들까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끌어 써 집을 사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못 이기는 척 대출금리만 높이는 바람에 순이익은 더 많이 늘었다. 보험사들의 이익 증가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이동량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한 영향 등이 컸다. 인터넷 쇼핑, 배달주문 확대 덕을 톡톡히 본 신용카드업체들은 최근 당국의 압박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게 되자 기존에 고객들에게 주던 혜택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은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과도한 보너스를 챙긴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에서 시작됐다. 물가 폭등으로 밥 한 끼 사먹는 게 부담스럽고, 늘어난 이자부담 탓에 서민·자영업자의 허리가 휘는데 금융회사들은 실적 나눠먹기에만 골몰한다면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대금리차#서민#이자 부담#금융권#보너스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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