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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문병기]원칙만 있고 전략 안 보이는 바이든 북핵 외교

입력 2022-01-24 03:00업데이트 2022-01-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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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대화 원칙 앞세우지만
문제 해결 대신 긴장 관리만 초점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전날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북한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그동안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북제재를 단행한 것이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다소 날카로운 어조로 “그런 생각에 맹렬하게(strenuously)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와 외교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친 뒤 북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무슨 질문에든 반복됐던 대답인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다시 강조한 것. 전 세계 이슈를 다루는 국무부 브리핑인 만큼 평소라면 다음 현안으로 넘어갔을 테지만 새해 들어 계속 미사일을 쏴 올리는 북한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던 탓에 이날은 북한에 대한 후속 질문이 이어졌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이 놀라울 정도인데 그동안 대북정책이 어떻게 작동해온 것인가. 북한의 위협을 막았는가.

“우리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면 대화와 외교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북한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미국과 동맹국이 외교에 나설 자세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려 한다.”

―팬데믹과 기아, 제재에도 북한은 대화에 나서질 않는다. 정책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이어지는 질문 세례에도 프라이스 대변인은 한숨을 쉬며 “우리의 정책은 외교와 대화가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라고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그 대신 뒤에 몇 마디를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에서 몇 달 만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벌써 여러 정부를 거쳐 어려운 문제라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진전은 더뎌 보일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핵 협상의 역사는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북핵 협상의 실패를 경험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라인만큼 북핵 외교의 어려움을 잘 아는 이들도 드물다.

그럼에도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앞세우며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침묵하다 돌연 독자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인 몇 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수준의 제재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동북아실장은 기자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모래에 머리를 묻고 있는 타조 같다.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며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여론을 관리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외교소식통도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긴장 고조를 관리하는 데 관심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칙 없는 외교’가 불신의 씨앗이라면 ‘전략 없는 외교’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다시 전략도 인내도 없는 오바마 행정부식 ‘전략적 인내’로 4년을 보내기엔 북핵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드리울 미래가 너무 엄중하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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