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장동 특검’ 李·尹 언제까지 말로만 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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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 특검 도입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제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특검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서 하자고 한 게 언제인가”라며 “180석 당(민주당)에서 빨리 야당과 특검법 협상에 들어가든지, 말장난 그만하고 빨리 하자”고 밝혔다. 두 후보가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자신이 특검 도입에 더 적극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대장동 게이트에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퇴임 압력 등 대장동 ‘윗선’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혔다.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가뜩이나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검찰의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특검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 원내 대표부 회동 등 특검 논의를 위한 실질적 움직임은 전혀 없다. 두 후보의 발언에도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는 특검 도입을 놓고 “시간을 끌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다가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조건부 수용’ 방침을 밝힌 이후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후보도 특검에서 부산저축은행 의혹까지 수사하자는 것에 대해 “과도한 물귀신 작전”이라며 반대하다가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렇다 보니 두 후보가 진심으로 특검에 찬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표심을 얻기 위해 ‘립 서비스’용 발언을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대장동 윗선과 로비 관련 의혹들은 특검을 하지 않고는 해소하기 어렵다. 대선 유력 후보들이 거론되는 사안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수사 대상과 기간, 특검 추천권 등에 여야가 합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검 논의가 늦어진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더 이상 속을 국민이 아니다. 이제는 여야가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시간이 됐다.
#대장동 특검#대장동 게이트#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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