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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기홍 칼럼]정말 낯 두꺼운 與… 정권 안 뺏기려 뭐든 마다 않을 것

입력 2021-12-10 03:00업데이트 2021-12-1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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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덩이 기업들 성과에 숟가락 얹는 文
대장동 특검 거부하다 특검 애창하는 李
대선에서도 따가운 耳目 개의치 않고
돈풀기·네거티브·지역구도 총동원할 것
이기홍 대기자
정말 현 집권세력 사람들은 낯이 두껍다. 조국과 추미애 시절을 겪었기에 후안무치에는 웬만큼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펼쳐지는 제2막 역시 점입가경이다.

안타까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합류다. 문 대통령이 6일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역의 힘으로 선진국이 됐다”며 “이런 소중한 성과마저도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 것은 그나마 집권세력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화한 풍모를 지녀온 이미지를 훼손하는 발언이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처절히 분투하는 동안 문 정권이 어떤 일을 했는지 국민들은 안다. 4년 반 동안 반기업 정책과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 민망해서라도 숟가락을 얹지 못할 것이다.

위정자가 자화자찬에 빠져 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책임이 크다. 무역의날 다음 날 주요 기업들을 상대하는 로펌 관계자들에게 분위기를 물어봤다.

“경제 현장은 불안 그 자체다. 과거 정권 때도 불만이 있었지만 특정 이슈나 정책에 대한 전술적 불만 성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포괄적인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 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한쪽 눈만 뜨고 정책을 시행한 4년 반의 결과 기업들은 좌절감 속에서 입 다물고 있다. 말 잘못 했다간 시민단체한테 인민재판식 십자포화를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자화자찬과 낯 두꺼움에 관한 한 이재명 후보도 뒤지지 않는다. 8월 말 대장동 사건이 터진 이래 여권이 특검을 한사코 거부해 왔음을 국민 대다수가 기억하는데도 6일 “특검 거부자가 범인”이라며 특검 신봉자 행세에 나섰다.

이 후보는 처음엔 특검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여론에 밀려 지난달 10일 조건부 특검·쌍특검으로 입장을 변경하면서도 “특검 만능론은 안된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이라고 했었다.

이 후보가 말과 입장을 바꾸는 데 아무리 능하다 해도 이번만큼은 자신의 발언에 속박돼야 한다. 당장 야당의 협상 요구에 응해야 한다. 특별검사 선정을 놓고 시간 끌지 말고 대장동 특검은 야당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여당이 추천하면 된다.

자화자찬은 뒤끝작렬로 이어진다. 문 대통령이 기념식장에서 “부정하고 비하만 하는 사람들”을 비난한 것은 남양주시에 대한 경기도의 보복감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후보는 계곡 정비를 대표적 치적으로 자랑해 왔지만 사실은 남양주시가 그에 앞서 2018년 시행해 성과를 거둔 사업이다.

그런데도 2020년 6월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 취임 2주년 보도자료에서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하천·계곡 정비사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하자 남양주시 일부 직원들이 “우리 시가 최초”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경기도가 댓글을 단 남양주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조사 명목하에 보복성 감사를 하고 이를 여론조작으로 몰아갔다”는 게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항변이다.

집권세력의 뻔뻔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적으로는 “대의(大義)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는 투쟁 시절 사고방식, 전술적으로는 자화자찬 선전전이 뉴스를 단편적·부분적으로만 접하는 부동층에겐 먹힌다는 계산의 산물이다. SNS와 유튜브를 통한 확증 편향적 뉴스소비가 만연한 상황에서 부동층을 겨냥해서 “우리가 잘해 왔다”고 반복적으로 세뇌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인 만큼 정권을 뺏기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을 것이다.

우선 막대한 돈 풀기다. 이 후보가 연일 기획재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준비작업이다. 기재부가 안 된다 안 된다 하다 내년 초 이 후보가 “너희들 뭐 하냐” 소리치며 청와대를 찾아가든, 기재부 장관을 부르든 ‘쇼’를 할 것이다. 기득권 관료들을 후보가 굴복시켜 선물을 쟁취하는 스토리라인이다.

동시에 좌파 유튜브·인터넷 언론을 총동원한 네거티브 대공세를 펼칠 것이다.

돈 풀기나 네거티브가 먹혀들던 시대는 지났다고 얘기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겐 안 먹혀도 부동층 몇 프로는 끌어당길 군불 효과는 있다. 막대한 현금을 풀면 정권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지고 “그래도 없는 사람 생각하는 건 쟤들밖에 없어”라는 정서가 확산된다.

지역 구도도 적극 이용할 것이다. 이재명은 최초의 대구경북(TK) 출신 민주당 후보고, 윤석열은 이회창에 이어 두 번째 비(非)영남 출신 보수진영 후보다.

갤럽 조사에서 TK 지역 이 후보 지지율은 11월 16~18일 9%에서 11월 30일~12월 2일 28%로 세 배나 뛰었다.

윤석열에게 호남 공략과 TK 지지층 결집은 제로섬 성격이 강한 데 비해 이재명은 TK 지지율이 올라가면 호남 지지세의 결집력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 효과 때문이다. 이 지사는 “(TK는) 제 고향이자 태를 묻은 곳이고, 세상을 떠나면 육신을 묻을 곳”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의 이목, 상식의 눈, 역사의 눈을 의식할 만큼 낯가림을 하고 염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닌 그들이 남은 3개월간 대선판을 어떤 수렁으로 끌고 갈지 걱정이 앞선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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